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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 내 (Gaenea)
농암(籠巖)최낙인 시인방(1.2 시집)

연평도/籠巖 최낙인

by joolychoi 2013. 11. 16.

 

 

 

 

 

 

 

 
 
 

  연평도/籠巖 최낙인  
 
 
고기잡이로만
알았던 작은 섬이었는데
찢겨진 상흔은
터진 심장의 모습인가
하도 가슴이 쓰리고 아파
버럭버럭 사발 물을 마셨다
 
불바다 뒤적이다
넋이 나간 노피는
손자놈 신발 만지며 웃음 날리는데
주인 떠난 빈집 안방엔
동네 개들이 모여 앉아
해안포 방어 계획 수립에 식음을 전폐한다
 
포성에 놀란 조기도 꽃게도
모두 다 떠나버린 바다에도
매캐한 화약 냄새 흐르고
불에 탄 보온병은 파도에 밀리는데
달빛 내린 포구엔 허리 휜 노파의 모습만 일렁인다
 
전자파 먹고 실성한 자주포는
방향 잃고 우왕좌왕 헛손질인데
그래도 자랑스러운 우리네 젊은이들은
붉은 피 토함며 구국의 함성 외치고 있다
포성 들리지 않는 곳엔 미친 개소리만 요란한데도!
 
--최낙인 시집<“엉겅퀴”제6부憤心>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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