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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 내 (Gaenea)
농암(籠巖)최낙인 시인방(1.2 시집)

노을 길 따라/籠巖 최낙인

by joolychoi 2013. 5. 15.

  

 

 

 

 

 

 
 
 
  노을 길 따라/籠巖 최낙인 
 
 
산은
금빛 하늘을 이고
호수는
불타는 산을 그린다
 
샘골 여울목엔
노루 가족 입 맞추고
억새 덤불 속엔
뱁새 새끼 어미 품 찾아든다
 
산사로 돌아가는 바랑 진 노승
혼후한 얼굴엔 무념(無念)이 흐르는데
걸음걸음마다 세상은 없다
 
나는
참으로 오랜만에
노을이 내리는 길 따라
채색된 산수화를 지우며 걸었다
 
산을 쓸어내고
구름을 걷어내고
짐도 벗고 마음도 비우며
나를 지워갔다.
 
--최낙인 시집<“엉겅퀴”제4부祈願>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