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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 내 (Gaenea)
농암(籠巖)최낙인 시인방(1.2 시집)

비에 젖은 낙엽/籠巖 최낙인

by joolychoi 2013. 5. 12.

 

 

 

 

 

 


 
  비에 젖은 낙엽/籠巖 최낙인 
 
 
낙엽 쌓인 보도에
추적추적 가을비가 내린다.
 
수북했던 나무잎은
찬비에 몸을 낮추더니
납작 엎드려 기쁜 숨 몰아쉰다
 
가슴앓이 비명을 토해도
무거운 발길만 지나갈 뿐
애처로운 눈길 한 변 주는 이 없다
 
그 무덥던 여름날
시원한 녹음 내려주고
하늘 짙푸른 가을날엔
오색무늬 펼쳐 아린 가슴 달래주었는데
 
구군가가
우정은 가슴 벅찬 느낌표이고
사랑은 확인하고픈 물음표라 했었지
 
비에 젖어 짓밟힌 저 낙엽이
정작 내 모습이 아닐까
두려운 마음에 가슴이 저려오는데
 
아내는 내게 조심스런 질문을 던진다.
" 너는 지금 저 비 젖은 낙엽아닌가요? "
 
--최낙인 시집<“엉겅퀴”제3부思慕>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