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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 내 (Gaenea)
농암(籠巖)최낙인 시인방(1.2 시집)

내 어머님/籠巖 최낙인

by joolychoi 2013. 5.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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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어머님/籠巖 최낙인
 
 
불칼 같으신 아버님의 성정 피눈물로 삭이시고
평생 인고의 세월 숨죽이며 살아오신 어머님
 
새록새록 잠든 어린 자식 겹겹이 눈에 밟혀
차마 대문 밖 나서지 못하시고 돌아서신 어머님
 
머리엔 천근 같은 생피죽이 목줄 따라 숨을 조이고
양손에 검어 쥔 톱밥 포대에 오금을 펴지 못하신 어머님
 
비닐우산 꿰매시며 손가락 마디마디 피명자국 가득해도
시루 이고 새벽 시장 나가시어 콩나물 팔아 학비 버신 어머님
 
심한 노역에 하혈로 쓰러지신 어머님 부등켜안고 어찌할 바
몰라 목놓아 울부짖던 그 서러운 세월들이 선연하기만
하누나
 
몽당연필 침 묻혀 몇 시간을 쓰시어 정을 담아 보내신 편지
마다 "얘야! 부모 잘못 만나 고생이 많구나." 란 말씀 늘
적으셨던 어머님
 
50이 넘은 이 불효 자식 대취하여 태평양 지도를 그렸어도
새벽 이슬 맞으시며 이웃 몰래 이불 솜 다듬어 즈셨던 어머님
그 한 많은 세월 희생과 봉사를 숙명으로 살아오신
우리 어머님
 
내 차에 모사고 나들이 한번 해 드리지 못한 아쉬움이
이렇게도 가슴에 멍이 되고 못이 됨을 이제사 느끼는
이 못난 어리석음이여!
 
--최낙인 시집<“엉겅퀴”제3부思慕>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