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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 내 (Gaenea)
농암(籠巖)최낙인 시인방(1.2 시집)

그 림 자 /籠巖 최낙인

by joolychoi 2013. 5. 13.
      그 림 자 /籠巖 최낙인 노을 내린 광야에 나 혼자 걸어갑니다 땅거미가 내리고 소슬한 바람이 일어도 무섭거나 외롭지 않습니다 내 가슴속에 동반자가 있기 때문입니다 내 사랑했던 여인이 떠난 날에도 뒷골목 허름한 포장마차에 마주앉아 통음 마다않고 위로의 술잔 기울어주었고 낙선의 쓰라림에 몸서리치던 그날 밤에도 구슬 같은 눈물 흘리며 나를 지켜 주었습니다 어쩌다 소식 뜸한 날엔 공연히 불안한 마음에 메세지를 날리면 어김없이 달려와 나의 손을 잡아 주었고 우린 샛노란 낙엽 밟으며 지향 없이 걸어갔지요 눈빛 하나로 말없이 걸어간 발길이었지만 엮어 낸 사연은 밟은 낙엽만큼이나 쌓여 갔습니다 오늘도 나는 노을 내린 광야를 걸어갑니다 어둠이 내리고 바람이 불어도 외롭지 않습니다 길게 드리운 그림자가 나를 지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그림자는 아쉬울 때 다가오는 나의 분신 같은 친구입니다 황량한 광야에서 그를 만나는 건 더없는 나의 축복입니다 --최낙인 시집<“엉겅퀴”제3부思慕>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