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데스크] 대처(Thatcher)도 풀지 못한 숙제안석배 사회정책부 차장 입력 : 2013.04.14 22:41
- 안석배 사회정책부 차장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가 모든 개혁에서
성공했다는 평을 받는건 아니다.교육 분야도 그중 하나일 것이다.
대처는 교육에서 평등주의를 혐오했다.
1974년 4월 대처의 영국하원 연설 내용이다.
"교육의 관건은 기회입니다. 기회는 불평등해질 기회입니다.
아이들의 유일한 기회가 평등해지는 것이라면 그것은
결코 기회가 아닙니다. 기회는 평등의 반대입니다.
"(박지향 저 '중간은 없다' 중에서)
영국병을 고치기 위해 대처는 교육을 바꾸고 싶었다.
당시 영국 학교는 노동당 정부를 거치며 경쟁과 성과주의는
사라지고 평등주의 교육이 자리 잡고 있었다.
'다우닝 10번가(영국 총리 관저)'에 입성한 대처는 교육
개혁에 본격 착수한다. 경쟁·시장 원리를 도입하고,학생들의 학업
성취도를 평가했다. 관료 손에 있던 교육 정책을 소비자인 학생과
학부모 눈에 맞추겠다고 했다. 하향 평준화된 공립학교에
수월성(秀越性·엘리트) 교육을 도입하려는 시도도 했다.
하지만 결과는 썩 만족스럽지 못했다. 영국의 교육 체계는
지방교육위원회에 많은 권한이 있다.중앙정부에서 추진해도
노동당이 집권한 지역에서는 개혁을 펼 수가 없었다.
반면 교원노조와 일부 지식인 등은
"대처 때문에 교육의 질이 더 떨어졌다"고 비난했다.
요즘 대한민국에서는 일반고가 황폐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5년 이명박 정부를 지나면서 '고교 다양화' 정책을
편 결과라는 것이다.
사실 그동안 고교 시스템이 꽤 복잡해졌다.
과학고·외국어고·자율형사립고·자율형공립고·일반고·
특성화고·마이스터고·자율학교·중점학교….고교 유형이
이렇게 복잡해졌으니 일반고에 입학하는 학생들 수준이
과거보다 떨어지고 학교 분위기도 황폐화됐다는 것이다.
'위기의 일반고'를 살리기 위해서는 특목고·자사고를 없애고
고교 체계를 일반고 중심으로 일원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제기된다.
교육에서 '평등주의'와 '경쟁주의'는 늘 대립해 왔다.
불과 6~7년 전 노무현 정부가 외국어고 폐지를 추진하고
대학 입시를 정부가 규제할 때
"평등주의 교육 때문에 국가 미래가 멍든다"는
푸념이 곳곳에서 나왔다.
일반고든, 특성화고든, 특목고든 학교가 제 기능을 못하는
현실은 개선해야 한다.단, 그 원인과 진단을 찾는 과정은
신중해야 한다. 교육 문제가 정책 하나 때문에 현상이
악화되거나 개선될 정도로 단순하지 않기 때문이다.
15년 전, 우리 교육계는 '교실 붕괴'라는 유령과 이미 싸웠다.
교실에서 10% 미만 학생만이 교사 수업을 따라가고,
대부분 학생이 잠을 자는 교실 풍경이 당시 신문 기사에 나온다.
요즘의 일반고 황폐화는 이미 그때부터 키워온 싹일지 모른다.
영국병을 고친 '철의 여인'에게 교육 문제만큼은 쉽지 않았다.
오늘 한국의 교육 문제를 1980년 영국 교육과 비교한다면
더 얽히고설켜 있을 것이다. 대처를 뛰어넘는 지혜와
의지가 있어야 교육 개혁이 성공한다.
출처: /waple club-view
blog.choseu.com/waple club
와플(Waple)은 현명한 사람(Wise People)을 의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