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가식적인 정치 행위도 체질적으로 몹시 싫어합니다.
예를 들어, 지난해 12월 대통령 선거 때 박 대통령은 재래시장을
많이 찾았습니다. 청과물점에 들르면 직접 과일을 사기도 합니다.
하루는 딸기를 골랐는데 수행하던 참모가 “후보님, 사과도
한 상자 사시죠”라고 했답니다. 지지를 부탁하는 마당에 가게
주인한테 좀더 인심을 쓰자는 얘기였지요. 그랬더니 박 대통령의
대답은 “집에 사과 있는데요”였다고 합니다.
통상의 정치인과는 완전히 다른 반응이었던 셈입니다.
재래시장 옷가게를 방문했을 때는 1만원짜리 블라우스 두 개를
놓고 고민하기도 했답니다. 주인이 2개를 골라주면 대개의
정치인들은 2만원을 주고 두개 다 사는데, 박 대통령은 정말로
고민하다가 자신이 선호하는 스타일의 브라우스 하나 만을
선택한다는군요. 입지 않을 것을 왜 사느냐는 분명한
원칙에 입각한 것입니다.
①“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 있어요.”
이런 언급은 박 대통령이 특정인을 비판할 때 사용하는 가장
심한 표현입니다. 주로 자신을 ‘배신’하는 사람들을 향해 쓰는
말이라고 합니다. 필요할 때는 박 대통령에게 도움을 요청했다가
나중에 안면몰수했던 몇몇 정치권 인사들이 그 대상이랍니다.
박 대통령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시해되자, 그 혜택을 받았던
수하들이 아버지에게 등을 돌리는 모습을 보고 비애를 느꼈다고
여러 자리에서 토로한 바 있습니다. 그래서 “변절과 배신에
대해 박 대통령이 느끼는 감정의 깊이가 남다르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②“도대체 왜 이렇게 하셨어요”
이 표현은 격노까지는 아니지만 화가 단단히 나서 참모들을
질책할 때 쓰는 말이랍니다. 주로 전화를 이용하는데 조목조목
잘못을 지적하는 스타일이어서 길게는 30~40분씩 통화를 할 때도
있습니다. 물론 아무나 그런 전화를 받는 것은 아닙니다.
믿고 일을 맡긴 사람들에게 국한된 얘기죠. 박 대통령이 진짜
화가 났을 때는 표정이 굳어진다고 합니다. 그런 자리에 있었던
한 친박 의원은 “주변 공기가 일시에 서늘해지는
느낌이 든다”고 했습니다.
이런 박 대통령도 유머를 즐기는 편입니다.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법’과 같은 철 지난 유머로 좌중을 썰렁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분위기를 좋게 만들려는 뜻이겠지만 본인만 웃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다른 사람이 비속어가 들어가는
유머를 하면 표정이 안 좋아진다고 하네요.
한 친박은 “박 대통령은 조용하면서도 예의바른 스타일의
인간형을 좋아한다”며 “15년간 자신을 모셨던 보좌관들에게
아직도 존대말을 쓰는 걸 보면 알지 않느냐”고 합니다.
동선·프라이버시 노출 싫어해, 15년 동고동락한
보좌관들에게 지금도 존대말
박 대통령은 국회의원 시절부터 본인의 동선(動線)이나
프라이버시가 노출되는 것을 매우 싫어했습니다.
일정이 새면‘보안 사고(事故)’로 간주하고 유출자를
색출하기도 했죠. 이제 국가 원수가 됐으니
그의 일상은 공식적인 기밀이 됐습니다.
예컨대 박 대통령이 어디서 옷을 맞춰 입는 지도 철저하게
‘비밀’입니다. 대통령 취임 이후 박 대통령은 부쩍 하얀색,
하늘색, 진홍색 같은 밝은 색 옷을 많이 입고 있습니다.
대선 때와 인수위 시절에는 검은 색, 짙은 쑥색처럼
어둡고 무거운 색 위주로 옷을 선택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