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지는 마당에 여자 친구에게 들어간
돈이라도 되돌려 받고 싶습니다."
서울에 사는 박모(43)씨는 옛 여자친구 안모(38)씨와 교제하던
동안 자기 신용카드를 안씨에게 건넸다. 경제력이 없는
안씨에게 "필요한 것 사라"며 호의를 베푼 것이었다.
그러나 헤어질 땐 마음이 달라졌다. 박씨는 교제하던 2년여간
안씨가 사용한 신용카드 대금 약 1000여만원을 돌려
받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월급의 상당 부분을 안씨가 사용한
카드 대금을 내는 데 사용했을 뿐만 아니라, 카드를 단순히
빌려줬던 것이기 때문에 이제 여자 친구가 아닌 안씨가
카드 값을 다시 돌려주는 게 맞는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안씨는 "당신이 나 쓰라고 준 건데 내가 왜
돌려줘야 하느냐"고 맞섰다. 결국 박씨는 안씨를 상대로
'대여해준 돈을 되돌려 달라'며
법원에 소송을 냈고 재판이 진행 중이다.
최근 헤어진 여자 친구나 동거녀 등을 상대로
"빌려준 돈을 내놓으라"며 소송을 내는 남성들이 늘고 있다.
서울고법의 한 판사는 "남녀 사이에선 잘 드러나지 않았던
금전 문제가 2000년대 후반 이후 다수 불거졌고,
'함께 쓴 돈은 정확히 나누자'는 내용의 소송이 민사·
가사를 막론하고 제기됐다"며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금전적으로 쪼들리는 남성들이 애인 등에게 줬던
돈을 되돌려 받아서라도 경제적 여유를 찾으려 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남부지법의 한 판사는 "경제위기가 닥친 최근 몇 년 새
예전의 애인을 상대로 한 소송이 수십건씩 늘었다"며
"상당수 원고(남성)들은 심리 과정에서 '헤어진 마당인데
과거에 줬던 목돈이라도 되돌려 받아야 나도 다시
시작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솔직한 심경을
털어놓는다"고 전했다.
대전에 사는 임모(35)씨는 동거녀 김모씨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임씨는 2011년부터 김씨와 동거하면서 함께
사는 집의 보증금 1700만원을 댔고 매달 생활비 명목으로
120만~200만원을 냈다. 김씨의 빚 300만원을 갚아준 적도 있다.
하지만 지난해 말 두 사람은 결별하게 됐다.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파산신청까지 하게 된 임씨는
"전세 보증금을 포함해 생활비 명목으로 건넨 돈
3500여만원을 돌려 달라"며 김씨를 상대로
청주지법에 소송을 냈다.
하지만 남성들이 승소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두 사람이 사실혼 관계에 있었거나 사귀는 사이였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대여가 아니라 증여로 인정되기 때문이다.
청주지법은 지난 2월 임씨 사건에 대해 "임씨는
'더 큰 집을 얻어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을 하는 등,
김씨와 사실혼 관계에 있었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임씨가 김씨에게 건넨 돈은 빌려준 것이라기보다는
가족의 생활비로 증여한 것으로 보인다"며
임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서울 지역의 H 변호사는 "의뢰인들이 물증으로 통장
입금내역과 신용카드명세서
등을 제시하긴 하지만,
두 사람의 관계가 밀접했다는 사실이 재판 과정에서
드러나기 때문에 빌려준 돈인지 생활비·선물 명목으로
건넨 금품인지를 명확히 구분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출처: waple chosun.com./waple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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