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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세상]술 마시면 소금 더 먹어…취하면 바닷물도 모른다-사회

by joolychoi 2013. 2. 19.

 

 

 

 

 

 

 
 [오늘의세상] 술 마시면 소금 더 먹어…취하면 바닷물도 모른다 
 김성모 기자 : 입력 : 2013.02.15 03:00

 

[건강한 삶 9988(99세까지 팔팔하게 삽시다) 프로젝트 - 1부 나트륨]

[12] 본지기자·인턴기자 넷 '음주 후 입맛' 식약청 테스트

-술 마실수록 미각 둔감해져

음주 전엔 짠맛 선호않던 4명 1인당 소주 한 병 반 마시자

전원이 한두 단계 더 짠맛 선호

-술·회식, 나트륨 섭취 주범

1차 삼겹살, 2차 치킨·골뱅이, 3차 마른오징어,

라면 해장땐 하루 나트륨 권장량 3.5배

 

취기(醉氣)가 돌아 얼굴이 발그레해진 우리는

음주 측정기에 숨을 '훅~' 불어넣고는 작은 종이컵

여러 개에 담긴 콩나물국 시료를 음미하듯 차례로 맛봤다.

그러고는 가장 적당한 간이라고 생각한 시료를 골랐다.

어느 게 싱겁고, 어느 게 짠 것인지 모르는 상태였다.

 

13일 오전 11시쯤 서울 양천구 목동 서울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

평소 주량이 '소주 2병' 정도라는 본지 인턴기자 이동휘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4년), 이종준(서울대 외교학과 4년), 정동진

(연세대 불어불문학과 3년) 등 남자 대학생 3명과 기자는

'술과 나트륨 섭취의 상관관계 실험'을 위해 직접 실험

대상자로 나섰다. 술을 마시면 미각(味覺)이 둔해져 짠맛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게 되어 술자리에서는 짠 안주류에

마구 손이 가게 된다는 가설(假說)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실험은 술을 마시기 전(前)과 1인당 소주 한 병 반 분량을

반 병씩 세 차례 나눠 마신 뒤 매번 미각 테스트를 하는 방식이었다.

미각 테스트는 각기 다른 다섯 가지 염분 농도(0.08, 0.16, 0.31,

0.63, 1.25%)로 조리한 콩나물국 시료를 5mL씩 맛보고 나서

가장 적당한 간이라고 생각하는 시료를 고르는 식이었다.

어떤 컵이 짠맛 시료인지 모르게 똑같은 용기에 똑같은

양으로 담긴 콩나물국 시료 다섯 가지를 무작위로 선택해 맛봤다.

입맛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 안주는 먹지 않았다. 음주 측정기로

음주량이 늘수록 혈중알코올농도가 올라가는 것을 확인했다.

실험은 식약청 연구관 주도로 엄격하게 이뤄졌다.

모든 음주와 테스트가 끝난 뒤 우리는 실험 결과를 알 수 있었다.

 

13일 오전 서울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본지 기자와 인턴 기자 등 4명이
‘술과 나트륨 섭취의 상관관계 실험’에 참여했다.
본지 기자들은 일정한 양의 소주를 나눠 마신 뒤 혈중알코올농도를 측정하고,
작은 종이컵에 담긴 콩나물국 시료를 맛보며 미각 테스트를 받았다. /채승우 기자

우리 자신도 놀랐다. 처음에는 적당히 싱거운 것을 찾다가 술에

취해갈수록 미각이 무감각해지면서 나중에 보니 바닷물 수준의

것을 적당한 간이라고 지목한 것이다. 음주 전 보통 맛 정도를

선호한 우리는 소주 반 병을 마신 뒤(평균 혈중알코올농도 0.114%),

'보통 맛'과 '약간 짠맛'을 각각 2명이 선호한다고 답했다.

소주를 한 병(360mL) 마신 뒤 '약간 짠맛'이 "적당한 간"이라고

응답한 기자는 3명으로 늘었다. 소주를 한 병 반까지 다 마시자

다들 적당한 간이라고 여기는 입맛이 한두 단계씩 짠맛으로

옮아갔다. 인턴기자 한 명은 염분 농도가 1.25%에

이르는 가장 짠 콩나물국 시료를 "적당한 간"이라고 답했다

 

 

◇알코올이 미각 마비시키는 원리

 

서울대병원 신장내과 이하정 교수는 "짠맛은 주로 혀의 뒷부분에

있는 맛봉오리 세포들이 감지하는데, 이 부분은 뇌에서 얼굴로

나오는 9번 신경이 관할한다"며 "알코올이 이 9번 뇌신경을 마비시켜

술에 취할수록 짠맛을 느끼는 감도가 현저히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술자리에서는 안주로 짠 음식을 먹어도 짠지 모르고

많이 먹고, 그것이 다시 갈증을 일으켜 술을 더 마시게 하는

악순환이 발생한다고 이 교수는 덧붙였다.

 

이 때문에 음주가 잦은 사람일수록 나트륨 섭취량이 많다.

일주일에 2~3번 또는 그 이상 음주를 하는 사람은 하루 평균

나트륨 섭취량이 5680mg 수준이다. 반면 술을 전혀 안 마시는

사람은 4038mg이다(국민건강영양조사 데이터 분석).

나트륨 과다 섭취는 혈압을 올리고, 골다공증을 유발하며,

위암 발생 위험을 키운다.

 

우리와 같은 실험 상황이 아니라 현실 속 술자리에서는 얼마나

많은 나트륨을 섭취하게 될까. 식약청 조사에 따르면 삼겹살과

된장찌개를 먹고, 2차 호프집에서 맥주와 치킨·골뱅이를 먹은 후

3차 노래방에서 맥주와 오징어 등을 거친 '거나한' 술자리를 벌인 뒤

집에 돌아가 라면을 야식으로 챙겨 먹었다면 섭취하는

나트륨양은 7086㎎이라고 계산됐다. 세계보건기구(WHO)

하루 권장량(2000㎎ 이하)의 3.5배 정도다.

 

가톨릭의대 정신건강의학과 이해국 교수는 "술을 마실 때 담배를

피우고 싶어지는 것처럼 술이 중독성 있는 짠 음식을 찾게 하는

이른바 '점화(priming·기폭제) 효과'를 낸다"며 "술자리에서는

의도적으로 싱겁게 먹으려고 노력하거나 음주 횟수를

줄이는 것이 나트륨 과다 섭취를 막는 길"이라고 말했다.

 

출처:waple chosun.com./waple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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