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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상] 인사동 골목-사내칼럼

by joolychoi 2013. 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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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물상] 인사동 골목 

오태진 수석논설위원:입력 : 2013.02.19 02:34

 

좁고 어두운 실내, 투박한 나무 의자, 삐걱이는 마룻바닥.

서울 인사동 뒷골목 주점 '평화 만들기'는 '양산박'이라는

이름이 어울릴 법했다. 장안에 내로라하는 예술가·명사가

바글대는 소굴이었다. 1985년 소설가 유정룡이 문을 열어

처음엔 젊은 시인들이 드나들었다. 성가대 출신 기형도가

대학 친구 성석제와 함께 고운 목소리로 트윈폴리오

노래를 불렀다. 신경숙이 첫 소설집을

갖고 와 수줍게 이름 적어 돌렸다.

 

▶92년 가게를 이해림이 넘겨받고서는 생각의 좌우,

나이의 많고 적음을 가리지 않고 붐볐다. 자리 하나 건너

아는 얼굴이라 자연스럽게 섞였다. 술값을 누가 내야 할지

헷갈릴 만큼 밤마다 난장(亂場)이 벌어졌다.

한식집 선천은 평북 선천 사람이 69년 차렸다.

바로 옆 사천이 몇 달 늦게 개업했다.

다미·우정·태화·향정도 손바닥만 한 'ㅁ'자 마당을

둔 한옥이다. 쩨쩨한 골목, 웅숭깊게 들어앉은 방에서

밥을 먹다 비라도 오면 마음부터 촉촉이 젖는다.

 
 
 
 
 
▶조선시대 인사동은 한성부 관인방(寬仁坊)
대사동(大寺洞)이었다. '큰 절' 원각사가 있었기 때문이다.
궁궐과 가까워 율곡을 비롯한 양반 관리가 살았고
대원군 집 운현궁도 들어섰다. 인사동이라는 이름은
일제가 관인방 대사동에서 한 자씩 떼어내 붙였다.
저택들은 세도가들이 몰락하면서 쪼개져 자잘한
개량 한옥이 됐다. 선천을 비롯한 지금 한식집들이다.
양반집 값진 물건도 쏟아져나와 골동품
가게와 고서점이 번창했다.
 
▶그제 밤 인사동에 불이 났다고 해서 가슴이 덜컹했다.
가스통 터지는 소리가 도심을 흔들었다. 인사동 문화거리에서
조금 떨어진 종로타워 뒤 인사동 3길 '지름길 맛골목'에서였다.
구한말 민영환이 자결한 터, 하나투어빌딩 뒤에서 종로로
비스듬히 나가는 길이다. 돼지껍질·골뱅이무침 따위를 팔던
목조 집 스무 채가 숯이 돼 폭삭 주저앉았다.
승용차 한 대 겨우 빠져나갈 길이어서
불 끄느라 애를 먹었다고 한다.
 
▶외국인들은 인사동길을 '매니스 앨리(Many's Alley)'라고
부른다. 볼거리가 '많이' 널려 있는 골목이라는 뜻이다.
그 길엔 옛것과 새것이 함께한다. 천상병 아내가 하던
찻집 귀천의 쌍화탕 내음과 한글 간판을 단 스타벅스의
커피 향이 뒤섞인다. 상투 튼 노인의 사주 좌판에서 머리를
노랗게 물들인 한 쌍이 궁합을 본다. 인사동의 정취는
실핏줄처럼 퍼져 간 골목에서 나온다. 인사동 화재는
소방차가 못 들어가도 불 끌 방법을
세심하게 마련하라는 경고다.
 

출처: /waple club-view

blog.choseu.com/waple cl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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