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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데스크] '턱수염稅'와 '창문稅'-사내칼럼

by joolychoi 2013. 1.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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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데스크] '턱수염稅'와 '창문稅'

김홍수 경제부 차장입력 : 2013.01.27 22:20 

 
김홍수 경제부 차장
 

세금이 주는 압박감은 수백년 내려온

문화와 관행까지 바꾸는 힘을 발휘한다.

러시아의 서구화를 추구했던 개혁 군주 표트르 대제는

귀족 계급들이 턱수염을 기르는 관행을 없애려고

'턱수염세(稅)'를 만들었다. 권력의 강압에도 꿋꿋이

턱수염을 고수하던 러시아 귀족들은 세금 부과에 얌전한

고양이처럼 순종했다. 영국의 윌리엄 3세는 소득세를

올리려다 귀족들이 저항하자 '창문세'를 신설했다.

창문이 6개가 넘는 부자들의 주택에 별도 세금을

매긴 것이다. 영국 귀족들은 세금을 내는 대신 창문을

벽돌이나 나무로 막아 없애는 방법을 택했다.

이후 영국에선 창문이 없어 실내가

어두컴컴한 건축 양식이 자리잡았다.

 

세금은 역사의 흐름을 바꾸기도 한다.

권력을 왕으로부터 시민계급으로 옮긴 영국의

명예혁명은 왕의 징세권에 대한 시민세력의

저항이 시발점이 됐다.

중국의 왕조를 바꾼 민란(民亂)도 과도한 세금 부과에

대한 반발과 저항이 동력이 된 경우가 많았다.

 

세금은 이처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생활 세계를

지배하는 핵심 제도로 자리 잡아 왔다.

오죽하면 미국의 정치인 벤저민 프랭클린이

"세상에서 죽음과 세금만큼 확실한 것은 없다"고 했을까.

하지만 중국 진시황이 불로초(不老草)를

애타게 찾았듯이 세금도 피할 수만 있다면

무슨 방법이든지 찾으려는 게 인지상정이다.

 

요즘 박근혜 당선인이 '세금 문제'로 국정 운영의

첫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대선 과정에서 쏟아낸 복지공약을

지키려면 최소 135조원의 천문학적 재원이 필요한데,

이 돈을 어떻게 조달하느냐는 난제에 봉착한 것이다.

박 당선인 측이 내세운 해법 중 하나가 지하경제 양성화다.

지하경제라고 하면 마약·매춘·도박 등 범죄를 떠올리지만

지하경제라고 다 나쁜 건 아니다. '지하경제'의

사전적 의미는 '도박·매춘 따위의 법에 어긋나는

경제활동과 합법적이지만 정부의 공식 통계에는

나타나지 않는 경제활동'이다.

이 중 후자는 '나쁜 경제'가 아니다.

 

가정주부의 가사 노동, 아파트 베란다에서 야채를 길러 먹는

행위 등은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노동이지만 정부의 GDP

(국내총생산) 통계에는 안 잡힌다. 우리나라의 지하경제

규모가 GDP의 24%에 달한다고 하는데, 정말 그런지는

의문이다. 지하경제를 소득세 탈루로 좁게 해석하면 그 규모가

GDP의 2~3%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있다. 박 당선인 측은

금융정보분석원(FIU)의 현금 거래 정보를 국세청이 활용한다면

큰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말한다. 선진국에선 국세청이

그런 정보를 다 활용하지만 '탈세(脫稅)와의 전쟁'에서 완승을

거뒀다는 얘기는 못 들었다. 지하경제에서 새로운 세원(稅源)을

포착한다고 해봐야 복지 공약 소요 재원에 비하면

이삭 줍기 수준에 그칠 공산이 크다.

 

별로 얘기 안 되는 카드에 매달려 시간을 낭비하기보다

'증세(增稅)'라는 뜨거운 감자를 꺼내놓고 정면 돌파를 시도하든가

아니면 복지 공약을 다이어트하는 게 원리원칙을 강조하는

박근혜 당선인의 철학에 부합하는 길이라는 생각이 든다.

 

출처: /waple club-issue

blog.choseu.com/waple cl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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