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연금은 일정 연령 이상의 노인들에게 월 20만원의 연금을 지급
하겠다는 공약으로 2013년부터 시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은 ‘2013년부터 20만원을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2013년부터 법 개정 논의를 하겠다는 것’이라며
앞서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박근혜의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연구원의 보고서
핵심은 기초연금의 재원을 어디서 끌어올 것인가 하는 문제였다.
현재 상황에서 기초연금 시행을 위해 재정적자를 감수하는 것이
아니라면 추가적 재원을 발굴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에서 재원을 끌어오게 된다는 식의 언론보도가
쏟아져 나왔다. 이렇게 되자 논란은 더욱 확대됐다.
그렇잖아도 국민연금기금의 고갈 문제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연금개혁 방식 등의 문제가 논의되던 중이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측은 이에 대해 국민연금에서 재원을
끌어오는 식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나성린 새누리당 정책위 부의장은 다수의 언론 인터뷰,
기자간담회 등을 통해 ‘기초노령연금과 국민연금이 통합된
새로운 연금체계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며 현재 기초노령연금의
수혜를 받지 않는 소득 상위 30% 노인의 경우 국민연금이나
직역연금 등의 대상자이기 때문에 이를 활용하는 것으로 하면
문제가 없고, 하위 70% 노인의 경우 현재 기초노령연금의
액수를 늘리는 결과가 되는데, 이를 위해서는 세출 구조조정
등의 세수확보가 따로 전제되어야 한다’고 해명했다.
즉, 기초연금제도가 시행된다는 것은 이미 재원이 국민연금과
통합된 이후이기 때문에 국민연금기금을 끌어 쓴다는 표현이 옳지
않고, 재원의 문제에 있어서도 추가적인 세수확보가 전제되지
않으면 시행이 어렵다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이러한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수이며 때문에 2013년
당장 기초연금제도를 시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정책위부의장 ⓒ뉴스1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국민연금관리공단 산하 연구원 측이 작성한
보고서가 다시 화제가 됐다. 이 보고서에 의하면 국민연금기금의
빠른 고갈에 대응하기 위해서 수급연령을 60세에서 2034년까지
68세로 올리고 수령기간도 18년 내외로 제한해야 한다고 한다.
국민연금연구원 측은 이러한 주장에 대한 해명을 내놓으면서도
동시에 이러한 주장이 아주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이야기
하고 있다. 김성숙 국민연금연구원장은 2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하여 ‘정부와 협의를 하거나 계획을 확정한 것이
아니라 연구를 해본 내용일 뿐’이라며 ‘선진국 등의 사례를 볼 때
이런 연구를 할 필요성은 있다’는 요지의 주장을 내놓았다.
김성숙 원장은 ‘현재 국민연금은 보험료보다 급여가 높게 설계돼
있다. 게다가 2050년 경에는 노인인구가 40%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연금기금이 고갈되리라는 예상을 할 수 있다’면서
‘선진국의 경우 기금 없이도 그 해 필요한 급여를 그 해 걷어서
운영하는 방식으로 연금제도를 설계하고 있지만 후세대에 부담을
너무 크게 남길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연구가 필요한 것’이라는
주장을 이어갔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기금이 없어도
연금제도가 기능할 수 있도록 제도개혁을 할 필요가 있다’는
요지의 발언도 거듭했다.
이는 어쨌든 연금제도의 개혁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연금제도의 개혁 자체에는 대체로 동의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현재의 연금제도를 개혁하는 여러 길 중 무엇을
선택할 수 있을 지는 쉽게 논의되지 못하고 있다.
연금제도 개혁의 어려움
가장 쉬운 방식은 국민연금연구원의 보고서처럼 수급개시연령을
상향조정 하는 방안이다.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평균수명연장 등을
고려하여 수급연령을 연장하고 있다는 것이 핵심적인 근거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사회적으로 은퇴연령이 함께 늦춰져야 부작용이
최소화 될 수 있다는 맹점이 존재한다. 노인층의 고용대책이
병행되지 않으면 연금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보험료율 인상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보험료보다 급여가
큰 현재의 구조를 정상화 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잖아도
국민연금 납부액에 대한 국민적 거부감이 있는 상황에서
이를 밀어붙이는 것은 쉽지 않다. 가계 소비나 저축을
위축시키는 부작용도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이다.
가장 복잡한 방식은 현재 국민연금을 기초연금과 소득비례
연금으로 나누자는 것이다. 그래서 소득비례연금을 보험료 납부액,
경제성장 및 인구변동에 연동되는 방식으로 설계하면 연금 고갈
위기가 국가 재정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은 피할 수 있지 않겠냐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스웨덴의 연금제도를 국내의 상황에 맞게
변용하여 적용할 수 있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박근혜 당선인과 새누리당의 공약도 굳이 따지자면 이러한 방향에
가까운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수준의 제도개혁은
이해관계자 다수를 설득하고 동의를 구하는 과정이 어렵기
때문에 의회와 정부가 이러한 합의의 과정에 이를 수 있는
현실적 가능성이 있는지가 불투명하다.
연금제도가 양극화 해소에 기여해야 한다는 점을 망각하면 안
된다는 주장도 있다. 한성대 김상조 교수나 홍헌호 시민경제사회
연구소 소장 등은 박근혜 당선인과 새누리당의 연금개혁안이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현재 기초노령연금의
경우 독신가구와 부부가구의 수혜액 비율이 1대 1.6으로 설계되어
있는데 기초연금의 경우 그 비율이 1대 2이므로 이는 양극화
해소라는 연금제도의 일부 목적을 충족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
▲ 연기금은 국내 금융시장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큰 손'이다. ⓒ뉴스1 국민연금기금의 팽창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기금의 고갈을 늦추기 위해 연금제도를 개혁하는 데에는 찬성하지만 당장 단기적으로는 국내 금융시장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규모가 되면 곤란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와 맞물려 거시경제 운용의 중대한 논점을 형성할 수 있을 것처럼 회자된다. 동아제약의 소위 ‘박카스 분할’을 통한 기업 상속 시도에 연기금이 주주권을 행사해 제동을 건 사건 이후 이러한 논란은 더욱 확대되는 양상이다. 연금제도 개혁에는 이처럼 풀어야 할 많은 매듭이 존재한다. 쉬운 것이 하나도 없다. 그리고 사람들은 보통 어떤 문제에 분노하다가도 그것을 해결하는 방법이 복잡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쉽게 잊어버린다. 하지만 연금제도 문제는 서민층에게 있어서 아주 중요한 것이기 때문에 정치권과 새 정부가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지에 대해 계속 감시할 필요가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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