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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 서민들의 발 셔틀버스- 사회

by joolychoi 2013. 1. 27.

 

 

 

 

 

 

검은 옷, 흰 와이셔츠, 분홍의 여성, 머리가 시원한 아저씨가 1101 빈 택시를 타려했지만..
모두 승차거부하고 지나가버립니다. 
   
  심야 서민들의 발 셔틀버스- 사회 

이지은. 문현웅.이민석.이시중 기자

입력 : 2013.01.24 09:08 | 수정 : 2013.01.24 10:08

 

지난 22일 새벽 2시 서울 강남 교보타워 사거리. 소형버스·승합차

등 23대가 늘어서 있다. 노란색 소형버스엔 유치원, 어학원,

어린이집 등의 로고가 선명했다. 모두가 잠든 심야에 서울과 수도권

일대에서 ‘시내버스’처럼 활동하는 ‘셔틀버스’다. 승객은 주로

대리기사인데, 새벽에 일이 끝나는 유흥주점 주방 아주머니,

택시 기사들도 있다. 차편이 끊긴 밤 12시부터 새벽 4시까지,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갈 방법이 없는 서민들에겐 ‘셔틀버스’가

‘발’인 셈이다. 셔틀버스를 운행하는 기사들 역시 서민이다.

낮에 벌이가 시원찮자 밤에 또다시 일하러 나선

‘투잡스’들이 대부분이었다.

 

22일 오전 2시 서울 강남 교보타워사거리에서노란색‘셔틀버스’세 대가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맨 왼쪽 차 앞유리에‘일산행’이라는 노선도가 붙어 있고 앞면과
옆면엔 초·중등 학생 대상 영어학원 로고가 쓰여 있다.
하루 1000명이 넘는 승객이 이곳에서‘셔틀’을 탄다. /이덕훈 기자
 
 

시내 중심지인 강남 교보타워 앞을 거쳐가는 ‘셔틀버스’는 하루

약 100여대. 수도권까지 합치면 총 300여대의 셔틀이

매일 새벽 거미줄처럼 서울을 오간다. 노선만도 120개가 넘는다.

누가 기획해서 만든 ‘심야 셔틀’ ‘심야 노선’이 아니다.

2000년대 초반, 새벽에 일하는 대리기사를 대상으로 생겨난 것이

알음알음 알려지면서, 이렇게까지 커져 버렸다. 2000~3000원만

내면 수도권 어디나 갈 수 있는게 최고 장점이다.

 

본지 취재팀이 22일과 23일 이틀간 ‘셔틀’의 대표적인 집결지

서울 마포구 합정역과 서울 강남 교보타워 사거리를 찾아 직접

타보고, 지켜봤다. 22일 새벽 2시 서울 합정역 앞 사거리.

‘어린이 탑승차량’이라고 쓰인 용산행 ‘셔틀버스’가 막 시동을 걸었다.

셔틀 기사 노모(47)씨는 초저녁에는 대리운전 일을 하고, 새벽에는

셔틀을 몬다. 이날 승객은 총 9명. 대부분 운동화를 신고 두꺼운

잠바를 걸친 차림새다. 차 안은 조용했고 이따금 휴대폰 소리만

‘띠링’ 하고 울렸다. 합정동의 고깃집에서 막 퇴근한 종업원 김모

(여·52)씨도 승합차에 올라탔다. 김씨는 “금요일 새벽에는 12명

정원인 차량에 20명이 타기도 해요. 손발 움직이지도 못할 만큼

비좁죠. 그래도 이걸 타면 차비를 한 달에 10만원이나 아껴요”라고

말했다. 김씨는 “대학생 아들이 있는데 내 아들 몇 번이나

휴학했다니까. 등록금 못 구해서 그런데 여기서 택시를 타고

어떻게 가요 한 푼이라도 아껴야지”라고 말했다.

 

버스는 비상등을 켜고 출발했다. 가는 도중 한 대리기사가

“삼각지에서 남영역까지 1㎞도 차이 안 나는데 삼각지만

3000원이라니 너무 비인간적인 거 아니냐”며 불평을 했다.

노씨가 “일산에서 왔는데 3명 태우고 왔어요.

기름 값도 안 빠졌는데 좀 이해해주세요”라고 말했다.

버스는 10분 뒤 강변북로로 진입했다. 속도계가 시속 120km를

가리켰다. 노씨는 “정해진 시간표가 있어 예정된 시간을

어기면 (손님들이) 난리가 나서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노씨는 거리에서 버스를 향해 손을 흔들던 승객

2명을 발견하고 서둘러 태웠다.

“3000원만 내면 이 밤에 집까지 갈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이에요.”

 

23일 오전 3시쯤 강남 교보타워 사거리에서 노원 월계동을 경유하는

‘셔틀’에 탄 김모(여·60)씨가 말했다. 김씨는 7년째 강남의 한 유흥주점

주방에서 과일을 깎는다. 2년 전까지 김씨는 퇴근 후 버스나 지하철이

다닐 때까지 2시간을 기다렸다 귀가했다. 2만원 가까이 드는 택시는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러다 동료 직원을 통해 ‘셔틀’의 존재를

알게 됐다. 김씨는 “10년 전쯤 딸이 추락사고를 당했다.

18번에 걸친 대수술을 했는데, 집을 팔아도 치료비가 3억이

넘어 시급이 센 새벽일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씨 옆에 앉아있던 여성 대리기사 김모(57)씨도 김씨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하루를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김씨는 6년 전 남편과 이혼하고서 홍제동 단칸방에서 혼자

살고 있다. “음식점 일도 해보고, 빌딩 청소도 해보고 안 해본

일이 없지. 무릎이 안 좋아서 이 일까지 배우게 된 거야.

근데 오후 10시부터 달랑 두 탕 뛰어서 지금 4만원이야.

지금 도시가스비가 두 달째 밀렸는데 어떻게 내야 할지.

낮에 식당에 다시 나가야겠다”고 말했다. 23일 새벽 1시

‘강남순환셔틀’에 타고 있던 한모(52)씨는 경력 1년차

대리기사다. 한씨는 “식자재 유통업을 하는데

수입이 일정치 않아 대리기사 일을 한다”고 말했다.

 

이들을 태워다 주는 ‘셔틀버스’ 기사들도 여느 대리기사들처럼

대부분 투잡족이다. 이모(60)씨는 낮에는 중·고등학생 수학학원

차량 기사다. 이씨는 “학원 차량 몰면 한 달에 170만원 정도

받는데 기름값이랑 밥값 등을 내고 나면 100만원도 안 남는다”면서

“셔틀을 새벽 1시부터 3시 정도까지 하면 한 달에 150만원은

번다”고 말했다. 어린이집 ‘셔틀버스’를 모는 강모(66)씨도

마찬가지다. 1년전 셔틀을 시작한 강씨는 “예전에는 학생들 태우는

것도 학원 3~4군데 돌면서 200만원 이상 벌 수 있었는데,

요즘은 불경기라 한 곳에서만 오라더라. 그래서 시작했다”고 말했다.

 

셔틀버스가 대부분 종점으로 떠나는 시각 22일 오전 3시, 강씨의

‘셔틀버스’가 막 교보타워사거리에서 의정부를 향해 출발했다.

노후한 차에서 덜컹거리는 소리가 났다. 대리기사 승객 두 명이

휴대폰에서 눈을 떼고 이야기를 나눴다. 조수석에 앉아있던

대리기사 박모(35)씨는 “낮에는 사진 스튜디오를 운영하는데 장사가

안 돼, 아예 접어야 할지 걱정이다”라고 했다. 뒤에 앉아 있던

대리기사는 “강남에 외제차 타는 손님들은 정작 팁을 더 안 줘.

여자 꼬이려고 차는 폼으로 가지고 다니는 것 같아”라고 말했다.

오전 3시 50분 버스가 노원역에 도착했다. 승객들은 내려

각자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나도 그렇고 이 버스를 탄 사람이라면 처지는 다들 비슷해요.

이 시간까지 일하지 않으면 먹고살기 어려우니까. 남들 잘 때

일하는 우리 같은 사람들끼린 어떤 공감대가 있어요,

산다는 게 그렇게 다 얽혀있는 것 같아요.”

경기 의정부로 가는 길, 셔틀기사 강모(66)씨가 말했다.

출처:waple chosun.com./waple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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