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남준 기자. 곽래건 기자:입력
: 2013.01.18 03:01 | 수정 : 2013.01.18 16:15
학교 찾아가 조직 가입 권유
조폭 조직원 된 일진이 다른 일진들을 끌어들여…
거부하면 가차없이 폭력 행사
영입 대상 된 일진 출신들 스스로 신흥 조폭단 만들기도
지난해 3월 경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경기도 안성 지역의
조직폭력단인 '파라다이스파' 소속 조직원 92명을 붙잡았다.
파라다이스파 조직원 상당수는 인근 고교 '일진회(학교에서 싸움을
잘하는 학생들로 구성된 폭력 집단)' 출신 학생이었다.
조사 결과 조직원 김모(22)씨는 지역 내 중·고교 일진회 학생들을
찾아가 조직에 들어올 것을 권유했다. 거절하면 폭력을 휘둘렀다.
조직원이 된 일진회 학생들은 붕어빵과 군고구마를 팔아 조직
운영비를 댔고, 하루 매출액 20만원을 채우지 못하면 또다시
구타당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조직원 중에서는 일진회
소속인 중학교 2학년 학생도 있었다고 한다.
중·고교생 일진회가 성인이 돼서 조직폭력단으로 스며드는
구조가 조폭 사회에 형성되고 있다. 조폭 수사를 오랫동안 맡아온
서울의 한 경찰서 강력팀장은 "최근 조폭 집단에 가입하는 폭력배
상당수는 고교 때 일진회 출신"이라며 "조폭들이 '조폭 장학생'을
영입하기 위해 일진회 학생들에게 술과 밥을 사주며 관리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조폭이 신규 조직원을 영입하는
'조폭 리크루팅(recruiting·구인 활동)' 시장에서 중·고교
일진회 출신이 '영입 1순위'가 된 지 오래"라고 말했다
지난해 7월 부산 동래경찰서는 불법 도박장을 운영하며 사채업을
한 부산의 조직폭력단 '서면통합파' 소속 조직원 45명을 붙잡았다.
파라다이스파와 마찬가지로 서면통합파에는 주변 고교 일진회
소속 학생 20여명이 포함돼 있었다. 이들의 조폭 활동은 2011년
인근에서 '짱(우두머리)'으로 통하던 고교 중퇴생 황모(당시 18세)
군이 조직원이 되면서 시작됐다. 황군이 주변 8개 학교 일진
20여명을 조직에 끌어들인 것이다. 이들은 조직을 탈퇴할 경우
야구 방망이로 무차별 폭행을 당하는 이른바 '줄빠따'를 맞아야 했다.
조폭의 영입 대상이 된 일진회 출신들은 스스로 조직폭력단을
만들기도 한다. 경찰 관계자는 "전통적인 조직폭력단이 쇠퇴하면서
일진회 출신들이 자연스레 신흥 폭력단으로 성장하는 것도 한
특징"이라고 말했다. '장학생'으로 조직폭력단에 영입되는
것뿐 아니라 스스로 '창업'하듯 조직폭력단을
만들기도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2월 충남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가 붙잡은 충남 부여의
조직폭력단이 대표적이다. 경찰에 붙잡힌 조직원 30명 중 90%
이상이 중·고교 시절 불량 서클을 조직한 일진회 출신이었다.
이들은 구속영장 실질심사에서 "우리는 중·고교 시절부터 일진으로서
엄격한 선후배 관계를 유지해온 것일 뿐 조폭은 아니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선배에게 90도로 인사한다'
'다른 조직과 싸울 때 일사불란하게 대응한다' 등의 행동 강령까지
만들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1년 위 선배가
하급 기수를 섭외하는 방식으로 세(勢)를 확장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일진회 출신들이 성인으로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조직폭력배로 활동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경찰청이 처음으로 작성한 '학교 일진 관리 현황'에
따르면 전국 597개 중·고교에서 일진회가 활동하고 있었다. 1
0개 중·고교 중 1개꼴(11.2％)로 일진회가 있는 셈이다.
경찰에 따르면 일진회에 속한 학생은 6325명에 이른다.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곽대경 교수는 "일진회는 조폭에게
안정적인 '인재 풀'이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출처:waple chosun.com./waple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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