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개 내 (Gaenea)
혜원(惠園)박영배 시인방(제2.3시집)

일당 칠만 원과 소주 한 병/惠園 박영배

by joolychoi 2012. 4. 18.
일당 칠만 원과 소주 한 병/惠園 박영배 호주머니에 있는 칠만 원은 새벽밥을 때우고 인력소로 나가 어린 시절 해맑은 웃음과 병든 마누라가 싸준 도시락과 기가 다 죽은 내 눈동자를 팔아서 벌어 온 돈입니다 하루의 노동판에서 나는 칠만 원짜리가 되기 위해 막일에 몸뚱아리를 맡기고 그것도 부족해서 수백 가지의 갈등과 수백 가지의 불만조차도 조각나도록 부셔버렸습니다 칠만 원이란 놈이 그동안 저를 우습게 본 내 멱살을 잡고 비계복* 저 높은 곳으로 끌고 올라가 그냥 밀쳐버릴 것 같아서 질통을 메고 올라갈 때도 내려올 때도 내 다리는 벌벌 떨렸습니다 칠만 원짜리 하루해는 그렇게도 길었습니다 덤으로 뜨거운 열기까지 머리 위에서 이글거리고 바짝 마른 침샘이 말문을 막아버렸습니다. 나는 압니다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글 몇 자로 쏟아내는 절규를... 어둠이 밀려올 때쯤, 오늘도 인력소 앞에는 빈 소주병이 널려있습니다 일을 마치고 집으로 가기 전, 소주 한 병쯤은 마셔야 병든 마누라 얼굴에 웃음을 활짝 꼳아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박영배제3시집<그리움은 별빛이다> 에서 * 공사판에서 비계를 메는 가늘고 긴 통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