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사는 중학교 2학년 A군은 지난해 입학 직후부터 급우들을
폭행하고 심부름을 시키며 괴롭혔다. 그에겐 여자 친구가 있었다.
지난해 1학기 같은 학년의 B군이 A군의 여자 친구에 대해 "예쁘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 A군은 B군을 100대 이상 때렸다. C군에게는 여자 친구에게
선물 사줄 돈 5만원을 달라고 했다가 주지 않자 폭행했다.
학교는 A군의 폭력이 심해지자 학교폭력대책위원회를 열어 전학을
권고했고, A군은 전학 갔다. 하지만 변하지 않았다. 그는 새 학교에서도
여전히 다른 학생들을 괴롭혔다. 교육계 관계자는 "A군은 초등학교
때부터 폭력을 저지른 적이 있는 학생이었는데, 해가 갈수록
나아지지 않고 더 심한 폭력을 휘두르고 있다"고 했다.
어린 시절 학교에서 폭행을 하는 학생은 성인이 돼서도 범죄를 저지를
확률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학교가 폭력 학생을 제대로 지도하지
않으면 나중에 사회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성인 범죄자를 양산한다는 것이다.
외국에서는 이미 학교에서 폭력적인 학생이 성인이 되어서 범죄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노르웨이의 심리학자
댄 올베우스(Olweus)는 폭력을 휘두르는 학생이 어떻게 성장하는지
20년간 장기 추적 연구를 했다. 1995년 발표된 연구 결과, 초등학교 6학년과
중학교 3학년 때 가해 경험이 있는 학생의 69%가 24세 이전에 전과 1범이
된 것으로 조사됐다. 또 35~40%는 24세 이전에 전과 3범이 됐다.
한국에서는 2010년 여중생을 납치·성폭행하고 살해한 김길태가 그런
사례로 꼽힌다. 김길태는 어린 시절부터 폭력을 휘두르고 돈과 옷을 훔쳤지만,
학교나 부모로부터 제대로 된 지도를 받지 못했다. 학교폭력예방센터
김건찬 사무총장은 "김길태도 어린 시절 잘못을 저질렀을 때 제대로
지도와 돌봄을 받았다면 최근의 끔찍한 범죄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학부모가 평소 자녀가 왕따 폭력 등의 가해자가
아닌지 잘 살펴 폭행 버릇이 생기지 않도록 단호하게
가르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돈 씀씀이가 커지고 ▲친구에게 받았다고 하면서 비싼 옷을 입고
다니고 ▲귀가 시각이 늦고 불규칙하며 ▲부모에게 이유 없이
반항하고 ▲화를 잘 내며 이유와 핑계가 많은 점 등이
'가해 학생의 징후'가 될 수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학부모나 교사가 가해 학생의 폭력 행위를
알면서도 따끔하게 혼내지 않고 관대하게 대해주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경남의 한 초등학교 4학년 김모군은 1학년
때 같은 학교 학생으로부터 6개월간 폭행을 당했다.
하지만 가해 학생 부모는 "왜 우리 아이를 범죄자 취급하느냐"며
되레 학교와 피해자 학부모에게 호통을 쳤다.
피해자에게 사과도 하지 않았다.
가해 학생은 3년 후 수시로 가출하고 돈을 훔치는 등
심각한 문제아가 됐다. 서울대 곽금주 교수(심리학과)는
"한국인들은 '맞는 것보다 때리는 것이 낫다'고
말할 정도로 자기 피해에는 민감한 반면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에 둔감한 경향이 있다"며 "외국처럼 어린 시절부터
학교 폭력뿐 아니라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 심각한 잘못이라는
것을 학교와 가정에서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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