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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 내 (Gaenea)
정약용과 목민심서로 배우는 지혜

값을 깎으면 피해는 국민이 입는다.(지혜61)

by joolychoi 2010. 2. 18.

 

 

 

 

 


 

 값을 깎으면 피해는 국민이 입는다.(지혜61)

 

  어떤 것이든지 물품을 사들일 때에는, 관에서 정한 값을 보아 그 값이 지나치게 낮게 책정되어 있다면 당연히 그 때에 통용되고 있는 싯가로 사들여야 한다.

 

 시대를 더듬어 올라가서 생각해 보니 종래부터 관에서 정한 가격이라는 것이 있었다. 그것이 지금 말하는 관정식이라 이름 붙여진 관에서 정한 물건 값인 것이다.

 

 관에서 정한 가격은 대체로 싸게 정하기 마련이다. 간혹 그 중에 값을 싯가보다 후하게 정한 것이 있으면 관에서는 그 정한 값으로 불건을 사지 않고  싯가대로 사들인다.

이렇게 싯가보다 싸게 책정이 되어 있는 것은 관에서 책정한 가격으로 물건을 사들일 것을 요구하는 한편, 싯가보다 후하게 책정된 것은 관에서 정한 가격이 아닌 가격으로 사라고 요구하니 물품의 구입 사무를 맡은 직원들이 어떻게 견딜수 있겠는가.

 

 원래 물가라는 것은 때에 따라 변동하는 것인데 관정가격이란 것은 한번 정해지면

오랫동안 고쳐지지 않으니  현재의 가격과 맞지않을 것은 당연한 일이다.   

  관에서 내주는 값이 박히면 물건의 구입사무를 맡은 직원이 고통을 느끼게 되고, 그 직원이 고통을 느끼게 되면  그것은 물건을 파는 사람들에게서 당연히 값을 깎기 마련인 것이다. 결국 손해는 물건을 파는 사람들에게 돌아 간다, 물건을 사는 직원이야

조금은  고통스럽겠지만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원래 부하 직원이 상관을 돕는다는 것은, 자기가 즐거우면 나서고 괴로우면 물러서는 것으로, 그들이 물러나지 않는 것을 보면 그 속에 즐겨할 만한 구석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지만 아무 힘이 없는 일반인들은 즐거워도 그냥 살아야 하고 괴로워도

그냥 머물러야 한다. 몸이 묶이어 있으므로 마치 꽁꽁 묶여진  채 매를 맞고 있는 것과

같은 것이다. 비록 떠나가지 않더라도 고통이 없어서  떠나지 않느느다고 말할 수 는 없을 것이다.

 

 수십년 동안 계를 모아서 금품을 거두어 관청의 직원들에게 바치고 그들에게 부탁하여 부역의 면제를 받는 마을이 날마다 달마다 불어가서, 부역이라는 것은 선량하고 돈이 없는 사람들에게 치우치게 되고 그들에게 고통을 가중시키니 그들이 살아날 수 가 없다. 그러나 이러한  폐단을 과감히 고치려고 하면 그런 마을이 있는 곳의 행정을 맡고 있는 직원들은 백성들이 달아났기 때문에 부역을 못 시킨다고 상관을 속인다.

 

 내가 그 까닭을 살펴보니, 첫번째로 곧 각 지방익 그 도의 감사에게  아첨하는 일이

날로 심해지는 것을 들 수 있고, 두번째로 는 관에서 정한 억지 가격이 공정하지 않은 것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행정사무를 맡고 있는 직원이 직접적으로 손해를 입게 되면

반드시 그 자리에서 물러나려고 할 것이다. 또한 그러한 상황에서 그를 계속 근무하게

하려면 반드시 손해난 구멍을  매꿔 주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위로는 이득되는 것들을 차마 버리지 못하고 아래로는사람들에게 그 이상 더 과중하게 부과 할 수도 없다. 이에 한 마을을 떼 내 주어 금품을 받고 부여글 면제해

주는 계방마을ㅇ이라는 것을 만들게 한 것이다. 그러니 얄밉고 더러움이 이보다 더할 수가 어디 있겠는가.

 

 그런 이유로 해서 도백이 처음 부임할 때에는 누구도 그 금품을 받고 부역을 면제 해 주는 계방이란 마을을 없애 버리고자 하지 않는 이가 없지만, 한 번 그 마을이 존재하고 있는 묘한 이치를 알게 되면 또 속으로  그것이 없어지는 것을 막지 않는 사람이 없다. 이것으로 보아 사실 그 폐단을 고치지 못하는 근본도 도백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모든 관용물품을 사들이는 가격은 마땅히 춘분과 추분 때에 싯가에 따라 맞게 고치고, 시행한지 반년만에 고칠 것은 고치고 그냥 둘 것은 그냥 두어 싯가에 따르며, 깎지도 말고 더 받지도 않는다면 그것이 적당하다고 할수 있겠다..

 

 <예기(禮記)>에,

 " 낮과 밤이 같은 춘분이나 추분이 되면 도량(度量)을 같게 하고, 저울을 잘 맞추며, 곡식의 분량을 재는 데 쓰는  단위인 말을 비교하고, 저울추를 바로 잡는다." 라고

한 것도 바로 이러한 뜻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