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개 내 (Gaenea)
"해바라기" 이문주 시인방

사랑 때문이었습니다 /글 이문주

by joolychoi 2009. 11. 18.

 

 

 


      사랑 때문이었습니다 /글 이문주

       



      당신을 만나서 슬픈 것은
      못 이룰 사랑 때문에 슬퍼하는 것이 아닙니다
      당신을 바라보면서 흐느끼는 것은
      멈추지 않고 흐르는 그리움 때문만은 아닙니다

       
      사랑하지 못해 언젠가는 떠나야 하겠지만
      지금부터 그때를 그리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당신을 만나서 슬픈 것은
      사랑하는 마음 전할 수 없어 그런 것이 아닙니다

       
      바라보고 있으면서 슬픈 마음이 드는 것은
      고여 있어도 썩지 않는 호수 같은 당신을 원하기에
      내 곁에 둘 수 없는 까닭 때문입니다
      당신 아니고는 도저히 녹을 수 없는 겨울 강입니다

       
      바라보는 것만으로 포근했었지만
      어쩌면 사랑할 수 없는 당신으로 남는다는 것이
      이렇게 두려운 마음이 들게 했습니다

       
      차라리 눈에 보이지 않았을 때
      사랑한다고 말할 걸 그랬습니다
      살아 움직이고 있는 당신마음을 앞에 두고
      사랑한다고 말할 수 없었던 순간의 절망을 아십니까

       
      언젠가 만나야 하는 우리였지만
      낯익은 모습으로 곁에서 바라보아야만 한다는 사실
      슬픔보다는 절망이 더 큰 가슴앓이 시킨 것은
      나 혼자 생각한 사랑 때문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