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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 내 (Gaenea)
혜원(惠園)박영배 시인방(제2.3시집)

이제 가을이 오는가 봅니다./ 詩 박 영 배

by joolychoi 2008. 12. 28.

 
 

 

                            

 

  이제 가을이 오느가 봅니다./詩 박 영 배

 

 --불타는 대지

 

그 뜨겁던 햇살 가득한 열기

숨 막힐 듯한 폭염에 

 우리는 연신 땀을  닦으며 살았습니다.

 

밤이면 여기 저기 모여

더위를 견디려고 그런저런 이야기도 하고

수박도 깨서 나눠 먹고 귀한 도라지 술도 내놓고

 

옆집 할머니의 저녀 적 추억담도 나오고

그래도 바람은 없습니다

 

 

  

 그건 아무것도 아닙니다.

농부는 새벽같이 들에 나가 땀과 흙으로 목욕을 하고

저녁 늦게까지 몇 날을 아예 그곳에서  살았습니다

공사판은 더욱 그랬습니다.

바람 한 점 없는 공간에서 땀으로 적은 옷은 

몇번씩 짜서 입고 벗고를 반복했습니다.

 

 .

 

소나기라도 흠뻑 왔으면 좋으련만

말라빠지고 일저리 갈라진 大地는 

풀잎사귀조차 살릴 힘도 없었습니다.

 

언제나 비가 오려나

이제는 저제나 많이도 기다렸습니다.

애타게 기다렷습니다.

단비가 오기를........

 

 

 

-- 가을이 그곳에서 부터 오더이다.

 

김제의 새벽은 고요했습니다.

맑고  시원했습니다.

아득히 펼쳐진 갯벌은  끝이 안 보이고

 

비린내도 없는 바닷물은 저만치 빠져나가

수줍게 속살을 내보이고 있었습니다.

 

새벽같이 바다에 나간 이들은 

허리를 펼 사이도 없이 무언가를 열심히 주워 담고

갈매기는 한가로이 날고 있었습니다.

 

 

 

가을이 이곳에서 부터 오나 봅니다.

서해바다 멀리서 어릴적 추억이 밀려오고

수평선 아늑한 그곳에서 내 꿈이

살아 숨쉬는 것 같았습니다.

 

하늘은 금방이라도 비를 쏟아 내릴 것처럼

구름 가득한데 혜여져야 하는 우리에게

시원한 바람이 더 머물다 가라 하네요.

 

. 

 

어젯밤은 추워서 이불을 덮고 잤는데

돌아오는 길엔 코스모스가 정겨워 보이더군요.

들에는 가을이 내려와 앉고

대지는 이미 열이 식었습니다.

 

얼마 후 이곳 김제 평야에 풍년가가 울리겠지요.

내가 이곳에 좀더 일찍이 왔더라면

가을이 더 빨리 왔을 것을....

이제 가을이 오나봅니다... 

 

  

--박영배 시집<또 하나의 만남>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