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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 내 (Gaenea)
혜원(惠園)박영배 시인방(제2.3시집)

소 나 기 / 詩 박 영 배

by joolychoi 2008. 12.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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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나 기 / 詩 박 영 배

 

갑자기 소나기가 내리면

우산도 없고 피할 곳도 없어

친구들 따라 무작절 뛰어

산길지나 밭고랑을 넘어서

자그만한 나무 아래 숨는다.

 

 겨우 한 두명 있을 곳에

대여섯 명이 우르르 몰려

밀고, 제치고 , 파고들고

까르르 웃다가 보니

옷이 모두 다 젖어버렸네




까만 고무신 여기 저기 뒹굴고

머리에서 빗물이 줄줄

옷은 후줄근 생쥐 떼들 같은데

그래도 부등켜 안고 서로 좋아

입이 찢어지도록 웃는다.

 

이번에 하늘이 새까맣게

눈 앞이 번쩍 천둥이 친다

있는 힘을 다해서 붙들고

사시나무 떨듯 웅크리며

숨을 죽인채 눈만 동그랗네


 

소나기가 그치고

천둥도 지나가고

집에 가면 혼쭐날 건 뻔한데

이제 살았다고 깔깔대며

옷을 벗어 쭉쭉 짜는 아이들

 

 

 

 

-박영배 시집< 또 하나의 만남>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