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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및기타

두엄 속에 숨겨두신 아버지의 비상금

by joolychoi 2008. 7. 22.
                     [뉴스 블로그] 두엄 속에 숨겨두신 아버지의 비상금
조의준 기자 joyjune@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아들아~, 병원비는 두엄 속에 있다."

지난 4월 23일 광주광역시
한국은행 광주전남본부에 임모씨라는 고객이 찾아왔습니다.

전남 화순에서 온 그의 손에는 비닐봉지가 들려 있었습니다. 비닐봉지 안에는 곰팡이 슬고 악취가 나는 지폐 다발이 담겨 있었죠. 임씨는 "아버님이 아파서 병원에 입원하셨는데, 자식인 제가 병원비를 걱정하자 '두엄 속에 비상금이 있다'고 말씀 하셨다"며 "두엄 속을 헤쳐보니 600만원 정도가 나왔는데, 403만원이 곰팡이가 슬고 부패해 새 지폐로 바꾸러 왔다"고 했습니다.

부산에 사는 예모씨는 방앗간 기계 밑에 돈을 숨겼다 참기름에 젖어 돈을 바꾸러 왔고(2월11일), 경북 고령군의 권모씨는 공장에서 박스를 태우다 돈 봉투에도 불을 질러(1월15일) 타다 남은 돈을 들고 왔습니다.

각종 사건·사고(?)로 한국은행에 돈을 바꾸러 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21일 한은은 올 상반기 훼손된 화폐의 교환금액은 4억2700만원, 건수는 3507건에 달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래도 작년 상반기보다 508건(12.7%), 6000만원(12.3%) 감소한 수치입니다.

돈을 바꾸는 가장 큰 이유는 ▲화재(금액기준 46.9%) ▲습기로 인한 부패(19.5%) ▲장판밑 눌림(11.2%) ▲세탁에 의한 탈색(4.2%) ▲칼질 등에 의한 찢김(1.4%) 등입니다.

돈이 불에 탔다고 놀랄 필요는 없습니다. 남아 있는 면적이 4분의 3 이상이면 액면 금액 전액을 받을 수 있고, 5분의 2 이상이면 반액을 인정받습니다. 특히 재가 원래 돈의 모양을 유지하고 있으면 그 부분까지 돈의 면적으로 인정돼, 재를 털어서는 안됩니다.

한은 관계자는 "장판 밑에 6개월 이상 두면 돈이 붙어서 더 이상 쓰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돈을 은행에 맡겨 놓거나 카드로 결제하는 것이 안전하겠지요.

그렇지만 두엄 속을 헤친 아들은 인터넷 뱅킹으로는 알 수 없는 부정(父情)을 느끼지 않았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