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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및기타

남편 월급, 애들 성적, 펀드 빼곤 다 올랐어요"

by joolychoi 2008. 7. 18.

"남편 월급, 애들 성적, 펀드 빼곤 다 올랐어요"

 

  • 아줌마들이 털어놓았다 '흔들리는 안방경제'
    싸움- 대출로 집 덜컥 샀다 가계 파탄… 괜한 부부싸움만 늘었어요
    한숨- 평일날 산에 오는 멀쩡한 아저씨들 늘어… 혹시 내 남편도?
    탄식- 세제 싸게 사려고 할인쿠폰 오려서 뛰어갔건만… 늘 '허탕'
    눈물- 미용실 '커트값'이라도 아껴야죠, 머리 기르는 아줌마들 많아요
  • 이경은 기자 diva@chosun.com
    입력 : 2008.07.17 03:23 / 수정 : 2008.07.17 09:44
    • 주부들이 뿔났다. 생활물가는 폭등하고, 대출금리도 치솟는데 수입은 늘지 않고 펀드 수익률은 고꾸라지고만 있다. 고(高)물가·경기침체 속에서 고단한 살림살이와 격투하는 주부들은 "남편 월급과 아이 성적 빼곤 다 올랐다"며 아우성이다.

      4년 전 '조선경제'의 주부 모니터 기자로 활약했던 주부 김진옥(59)·김철희(42)·박경수(36)·류희선(40) 씨에게 고물가 시대의 살아가는 법을 들어 보았다. 이들은 미장원 커트값이 아까워 머리를 기르고, 학습지를 사다가 자녀를 직접 가르치고, 다림질 안해도 되는 옷만 입는다며 "앞으로 좋아질 것이란 희망도 없으니 너무 답답하다"고 했다.

      ◆'집 밥'의 부활

      ―반찬가게에서 파는 시래기 조림이 100g에 900원이었는데 지난달 1200원으로 올랐다. 오징어무침도 한 팩 사면 두 끼는 먹었는데 양이 줄어 지금은 한 끼 먹으면 끝이다. 아이스크림도 3000원이면 10개 살 수 있었는데 지금은 7개에 3000원이다.

      ―먹거리야 값이 오르면 안 사먹으면 그만이다. 그런데 휴지나 세제 같은 꼭 써야 하는 생활용품까지 줄줄이 값이 오른다. 고급휴지(24~30롤)는 얼마 전까지 할인 받으면 9000원대에 살 수 있었는데 지금은 똑같은 상품을 1만4900원은 줘야 살 수 있다.

      ―예전엔 매주 외식하다시피 했는데 지금은 횟수를 줄였다. 가족 3인이 밖에서 칼국수 사먹으면 기름값까지 더해 2만원은 넘게 드니까 그냥 집에서 끼니를 때우게 된다. 예전엔 외식하면서 음식이 남아도 대단치 않게 여겼는데, 지금은 아까워 싸가지고 온다.
    • 16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마련된 초저가 의류코너에서 주부 고객들이 물건을 고르고 있다. 최근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자, 이월상품 등 초저가 매장을 찾는 고객이 늘고 있다. 주완중 기자 wjjoo@chosun.com
    • ◆생계형 부업 전쟁

      ―처자식 딸린 백수 남편이 200만명이라고 하던데…. 오후 유치원으로 아이를 데리러 오는 젊은 아빠들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 초등학교 급식 당번을 엄마 대신 아빠가 오는 경우도 많더라. 평일에 등산 가보면 예전엔 50~60대 고령자들이 많았지만, 요즘은 40대 남성들도 자주 눈에 띈다.

      ―남편이 실직해서 직장을 구하지 못해 생계 전선에 뛰어들려는 주부들이 많다. 하지만 할인점이나 빵집 아르바이트는 이미 자리가 꽉 차 있다. 업소에선 심야에 일해주길 바라지만, 주부는 아이들이 있으니 곤란하다.

      ―요즘 부부싸움을 자주 하게 된다. 3년 전 부동산 열풍이 불 때 내 집 마련을 해놨는데, 대출 이자는 오르고 집값은 떨어져서 정말 가계파탄이 날 지경이다. 최근 몇 년 새 집을 장만한 30~40대 부부들이 다들 말은 안 하지만 우리처럼 마음고생이 심하다.

      ―아빠가 외교관인데도 엄마가 일본어 과외 선생을 하더라. 살기 힘들어서는 아니고, 아이들 학원비 생각하면 벌 수 있을 때 많이 벌어놔야 된다고 말한다.
    • 왼쪽부터 류희선, 김철희, 박경수, 김진옥씨. 허영한 기자 younghan@chosun.com
    • ◆'엄마표' 과외

      ―주변에 머리를 길러서 질끈 묶고 다니는 주부들이 늘었다. 미용실 커트값이 비싸져서 그렇다. 작년엔 7000원이면 잘랐는데, 요즘은 1만1000원이나 줘야 한다. 이대 앞 A미용실은 파마값이 1만2000원이라 자주 갔는데 최근 1만7000원으로 올랐더라.

      ―간식 식단을 바꿨다. 값이 오른 아이스크림이나 과자류는 끊고, 야채나 과일을 사다 만들어 먹는다. 요즘 오이는 5개 1000원으로, 농민들에게 미안할 정도로 값이 싸다. 과자 살 때도 예전엔 '먹고 싶은 건 맘껏 담아라'했는데 지금은 두세 개만 담으라고 한다.

      ―아이들 학원 보내던 것을 끊고, 서점에서 학습지를 사다 '엄마표'로 가르치고 있다. 전기요금 많이 드니까, 다림질해야 하는 옷은 가급적 입지 않는다. 운동도 돈 안드는 걷기 운동이나 등산으로 바꾸고 있다.
    • ―우리 옆집 노부부가 옆 동에 따로 살던 아들 부부랑 집을 합쳤다. 생활비 아끼려고 그런다고 하더라.

      ―병원비 아끼려고 보건소 다니기 시작했다. 6학년 딸아이가 예방주사 맞을 일이 있었는데 일반 병원에 갔다면 몇 만원 줘야 하는데 보건소에 가니까 공짜더라.

      ―아이들 책값은 절대 아끼지 않았는데, 요즘은 집 근처 도서관에서 빌려 본다. 1인당 5권씩 빌려주니까 5인 가족이 25권까지 빌려 3주간 읽어볼 수 있다.

      ―우리 집 바로 앞에 백화점이 있는데, 쿠폰 상품에 눈독 들이는 주부들이 많아 조금만 늦게 가면 허탕친다. 반값 할인해 7500원인 세탁세제를 사려고 세 번이나 찾아 갔는데 물건이 들어오는 족족 빠져버려 결국 사지 못했다.

      ―집값부터 학원비까지 전부 거품이 끼어 있다. 거품이 빠지는 경제 보릿고개를 잘 넘기려면 가정도 체질부터 바꿔야 하는데, 국민 전체가 노력하지 않으면 정말 심각한 위기가 올 수도 있을 것 같다.

    • 치솟는 물가로 주부들이 고통받고 있다. 16일 오후 서울 시내 한 마트를 찾은 주부들이 하루가 다르게 뛰는 물가 때문에 힘겨운 쇼핑을 하고 있다. /주완중 기자wjjoo@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