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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in 뉴스] '승리의 환호' 그것은 본능

by joolychoi 2008. 8. 13.
[사이언스 in 뉴스] '승리의 환호' 그것은 본능
시각장애인도 이기면 두손 번쩍
졌을때 어깨 늘어지는 것도 본능
이영완 기자 ywlee@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지난 9일 베이징올림픽 남자 유도 60㎏급 결승전, 최민호 선수는 오스트리아 선수를 한판승으로 이긴 직후 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4년 전 아테네올림픽에서 아쉽게 결승 진출에 실패하면서 어깨를 늘어뜨렸던 그였다.

최근
캐나다 연구진이 승리한 사람이 두 손을 올리고, 패배자의 어깨는 처지는 것이 학습된 행동이 아니라 태생적 본능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때문에 날 때부터 시력을 잃어 경기에서 환호하는 동작을 직접 눈으로 보지 못한 시각장애 선수도 승리의 순간에는 어김없이 두 손을 하늘로 올린다는 것.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대의 심리학자 제시카 트레이시(Tracy) 박사는 2004년 아테네올림픽의 유도 경기를 통해 승리와 패배의 동작이, 문화가 다른 사람들에서 어떻게 표현되는지를 알아보기로 했다. 연구진은 당시 유도경기에 참여한 30개국 이상의 선수들이 승부가 나고 15초 뒤 어떤 동작을 보이는지 일일이 촬영했다.

공포나 분노, 즐거움은 인간의 원초적 감정으로 분류되지만 승리의 자부심(pride)이나 패배의 수치심(shame)은 심리학에서 제대로 분석된 적이 없었다. 사진 분석 결과 승리자들은 시각장애나 국적에 상관없이 팔을 올리고 머리를 쳐들며 가슴을 활짝 펴는 것으로 나타났다.
▲ 2004년 올림픽 유도 경기에서 선수들은, 시력이 정상이든(왼쪽) 날 때부터 앞을 못 보든(오른쪽) 모두 승리의 순간 팔을 번쩍 들어 올렸다. 승리의 자부심이 본능적 감정이라는 증거다. /PNAS 제공
반면 패배한 선수는 어깨가 늘어지고 가슴이 좁아졌다. 그런데 이 경우 개인적 성향이 강한 서구 출신 선수들은 그 정도가 덜했다. 하지만 시각장애 선수는 서구 출신이든 아시아 출신이든 패배 순간 거의 같은 동작을 보였다. 승리뿐 아니라 패배의 감정 역시 학습보다는 본능의 결과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트레이시 박사는 "이번 발견은 승부와 관련된 자부심이나 수치심은 진화과정에서 개인의 사회적 위치를 강화하거나 억제하는 강력한 메커니즘으로 발달했다는 주장을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립과학원 회보(PNAS)' 인터넷판 11일자에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