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일러스트=정인성 기자 1008is@chosun.com
◆'노망?' 절대 피해야 할 단어
먼저 홀로 된 그분들의 불타오르는 로맨스에 당황하지 않는 게 필요하다. 박진생 정신과 전문의는 "여러 연구에 의하면 배우자와 같이 사는 것과 독신 상태를 비교하면 평균 수명, 질병에 안 걸리는 비율, 정서적 안정성 등에서 배우자가 있는 쪽이 월등하다"며 "중년 이후의 사랑에 대해 '노망'이나 '주책'이라는 단어로 폄하해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본인은 '제2의 인생'을 시작하고 싶다가도 자녀 혹은 며느리 눈치 때문에 진심을 숨기고 사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고려대 심리학과 성영신 교수는 "화사하고 밝은 옷 한 벌 선물하면서 새로운 로맨스를 인정하는 센스를 발휘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 교수는 "그들은 더 이상 '뒷방 노인네'가 아니다"라면서 "젊은이들보다 더 젊어 보이고 싶어하는 욕구를 충족시켜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90세에도 성욕은 죽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건 가족들의 심리적인 준비다. 90세에도 그들의 성욕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걸 잊지 않아야 한다는 얘기다. 박진생 정신과 전문의는 "성적인 욕구라는 건 실제로 성행위를 하는 것만 의미하는 게 아니라 포옹이나 애무 역시 포함된다"며 "인간의 성욕은 심리적인 부분이 크기 때문에 일부러 좌절시킬 필요는 없다"고 당부했다. 재혼이든 연애든 자기 생활을 영위할수록 다른 가족들에게 심리적·육체적으로 의지하는 비율이 줄어든다는 의견도 있다. 성영신 교수는 "노부모의 엥겔 지수(소비 지출 중 식료품 비중)가 낮아질수록 자식들의 부담감도 함께 줄 수 있다"며 "소비를 할 수 있는 필요 조건인 시간·건강·돈 세 가지를 갖춘 노년층이 많아지고 있는 추세"라고 밝혔다.
◆"'황혼 이혼?' '황혼 재혼'으로 불러달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황혼 이혼이 주목받았다면 이젠 황혼 재혼 시대다. 결혼 정보 업체 비에나래와 재혼 전문 온리-유의 공동 조사 결과 전체 재혼 희망자 중 50대 이상은 남성 29.1%, 여성 20.7%를 차지했다. 특히 남성 60대 이상도 전체의 9.6%에 달했다. 재혼을 원하는 남성 10명 중 1명은 60대 이상이라는 설명이다. 과거 재혼 층이 30~40대가 대부분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그 차이는 더욱 크다. 비에나래 손동규 대표는 "사별이나 이혼을 겪은 뒤 재혼을 포기 혹은 보류해 왔던 50~60대 돌싱(돌아온 싱글)들이 재혼 시장에 크게 유입됐고, 노후 생활 즐기기가 강조되는 사회 분위기가 이런 현상을 부추긴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엔 재혼 신청자 10명 중 2명 정도는 3혼째라는 조사 결과도 있다.
◆혼전 계약서를 작성해 두세요
로맨스도 좋지만 관계에 '돈'이 얽혀 있으면 문제는 복잡해진다. 자녀들이 '재혼'을 반대하는 현실적인 이유 중의 하나가 '재산분배'. 최근엔 외국 스타들처럼 '혼전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재혼 전문업체 온리-유의 이경 실장은 "나중에 재산 분할 분쟁이 일어날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결혼 생활 도중 유고(有故)시 상당액을 제공한다는 내용의 변호사 공증을 받아두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 역시 자신의 성공 법칙 10가지 중 하나로 '혼전 계약서 사인'을 꼽은 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