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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소방관들의 비극적 숙명

by joolychoi 2008. 8.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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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소방관들의 비극적 숙명 
 

  • 20일 서울 한 나이트클럽 화재를 진화하던 은평소방서 소속 조기현·김규재 소방장, 변재우 소방사가 갑자기 무너진 건물에 깔려 숨졌다. 올해 들어 5명째 소방관 희생이다.

    소방관으로 일해 돈을 벌 수는 없다. 명예도 따르지 않는다. 그래도 이들은 불과 싸우러, 그 속에 갇힌 사람들을 구하러 나선다. 그렇게 하다 제 목숨을 바친 사람들이 해방 이후 지금까지 263명이고 다친 사람은 5000명에 육박한다. 불에 데고 가스에 질식하고 물에 빠져 죽고 다친 소방관들과 그 가족들이 겪어야 하는 몸과 마음의 고통은 다른 사람들은 짐작도 하기 어려울 것이다. 소방관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5명중 4명이 트라우마(외상 후 스트레스)라는 정신적 상처를 안고 살아가고 있다. 소방관들은 끔찍한 현장의 악몽, 귓전에서 "살려달라"는 비명소리가 윙윙대는 환청(幻聽),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 불안, 우울증과 불면증, 공격성과 같은 증세를 호소했다.

    전국 746개 지역 소방대의 70% 정도를 소방관 1명이 지킨다. 결국 지난 2월 경기도 고양의 화재 현장에선 소방관이 혼자 나가서 이리 뛰고 저리 뛰다 목숨을 잃는 사고가 터졌다. '24시간 맞교대'에다 1인당 잠자리 면적은 교도소 독방보다 좁은 것이 소방관들의 근무 여건이다.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우리 소방관들이 이렇게 일하고 희생해서 지킨 우리 사회의 재산은 1년에 4조원 안팎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이 구한 인명의 가치는 돈으로 환산할 수도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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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뉴욕의 9·11 테러 당시 모든 사람이 테러 현장에서 도망쳐 달려나올 때 소방관들만은 그 인파를 헤치고 테러 현장으로 달려들어갔다. 남들이 살기 위해 빠져나온 죽음의 지옥으로 걸어 들어가야 하는 것이 소방관들의 숙명이다. 어느 사회는 이 숙명 앞에 고개를 숙이고 그들을 영웅으로 기린다. 미국이 대표적인 나라다. 아이들이 "소방관 아저씨가 되겠다"고 노래하고, 소방관의 직업 만족도와 행복지수가 전체 2위가 되는 것이 당연시되는 사회다.

    그러나 다른 어느 사회에선 같은 일을 하고도 2명 중 1명이 이직을 희망하고, 10명 중 8명이 자식이 소방관이 되는 것을 반대한다. 대한민국이 그런 나라다. 소방관들이 이직을 원하는 주요 이유 중의 하나가 '낮은 사회적 평가'였다. 어린 아이들부터 "돈, 돈, 돈"을 노래하고, 자기 희생이 결국 바보짓이 되고 마는 사회에서 돈도 못 벌면서 제 몸을 위험에 던져야 하는 소방관들이 그 자리를 떠나려 하고 자식들이 그 자리를 물려받는 걸 한사코 마다하는 게 당연한 일이다.

    소방관들만이 아니다. 우리 사회는 위험하고 힘들고 돈을 못 벌지만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할 일을 하는 소방관·경찰관·군인과 같은 사람들을 진정으로 존경하는 사회적 풍토가 없다. 우리 사회는 그들의 목숨, 그들의 희생 위에서 지탱되고 있지만, 그 목숨을 이용만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월급을 얼마 더 주고 덜 주고의 차원이 아니다. 세 소방관의 주검 앞에서 모두가 한 번은 심각히 돌아봐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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