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개 내 (Gaenea)
식물도감

[스크랩] 부용(芙蓉)

by joolychoi 2006. 10. 16.

부용 (芙蓉 Hiiscus mutabilis)


이 멋지고 우아한 꽃을 내가 처음 만난 건 지금부터 30여년 전의 일로, 1975년 성남시 신흥동에서 사는 큰 언니네 집에서 있을 때였다.

지금은 분당이나 판교때문에 성남시의 위상이 많이 나아졌지만, 당시만 해도 철거민들이 주로 사는 열악한 환경이 대부분이었다.

성당 옆 언덕 위에 있는 언니네 집도 예외가 아니었다.
집집마다 수도물이 없었던 터라 아침이면 물통을 늘어놓고 차례를 기다려야했던 그 암울하던 때,

어느 날 그 곳,
그러니까 성당이 내려다 보이는 언덕 위에 자그마한 포교당이 문을 열었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아쉽게도 그 이름을 모른다.)

아무도 없을 때만 골라 살짝 그 곳을 드나들며 마음의 위안을 얻곤했었다.
마음씨 좋아보이는 스님은 내 이런 행동을 알고도 모른체 하시었다.

그러던 어느 여름,
그 포교당 안으로 들어선 나는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허둥거려야만 했었다.

내 키보다 훌쩍 큰 가냘프기까지 한 나무에 핀 너무나도 탐스럽고 어여쁜 꽃 때문이었다.



 

언뜻 보면 무궁화 같지만 무궁화보다는 훨씬 크고 아름다웠다.
또 언뜻보면 연꽃을 연상시키는 그 어여쁜 꽃,

 


넋을 놓고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데, 빙그레 웃으시며 스님께서 다가오신다. 
"이 꽃 진짜 예쁘죠?"
너무나 무안한 나머지 나는 고개만 까닥거렸다.



"작년 가을 대만에 갔을 때 이 꽃이 어찌나 예쁘던지 씨 5개를 받아가지고 왔어요. 올 해 심었는데 2개는 싹이 나지 않고 세 개는 싹을 틔워 이렇게 예쁜 꽃이 피었네요."
스님은 묻지도 않은 내용까지 상세히 설명해주신다.

"그런데, 이 꽃 이름이 무엇인지 알아요?"
나는 고개만 살며시 옆으로 흔들었다.



"이 꽃 이름이 부용이에요."
그렇게해서 나는 부용과 만났었다. 그리고 성남을 떠나 서울로 이사를 온 나는 그 포교당의 스님도, 부용도 까맣게 잊어버리고 말았다.

 

그러다 작년 공주에 사는 언니네 집에 가는 길에 다시 그 부용을 만나게 되었다.
공주시내를 가로질러 언니네가 사는 청룡면까지 길가에 온통 부용꽃이 아니던가?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너무나도 귀하고 어여쁜 꽃으로만 알고 있었던 부용이 가로수처럼 길가에 있다는 사실이 도무지 믿기지 않았던 것이다.

나는 차를 갓 길에 세우고 확인을 해보았다.
분명 내 소녀시절 성남 그 작은 포교당에서 보았던 부용꽃이 분명했다. 

 

물질이 풍요로워지고 국민소득이 높아지다보니 꽃까지도 덩달아 흔해지나 보다.

무궁화목 무궁화과의 낙엽관목인 부용은 높이가 1∼3m 내외로 나무껍질은 회백색이다. 잎은 어긋나고 오각모양 심장형이다. 손바닥모양으로 3∼7갈래 갈라져 있는 잎은 지름 10∼20㎝이다. 잎의 기부는 심장형이며 가장자리에 둥그스름한 모양을 한 톱니가 있고, 뒷면에는 별모양의 털이 나 있다. 7∼10월에 잎겨드랑이에 지름 10∼13㎝ 정도 되는 담홍색의 꽃이 피는데, 꽃잎은 5장이다. 꽃은 나팔꽃처럼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에 진다.



위 사진에서처럼 꽃아랫부분의 작은 포엽(苞葉)은 10개이고 줄모양 바늘꼴이다.



꽃받침은 종모양이고 중앙까지 5개로 갈라지며,
갈라진 조각은 세모진 달걀꼴이고 별모양 털과 섬모가 있다.




수술은 여러 개이며 원통모양으로 합쳐 나고, 긴 암술대가 관통해 있으며, 암술머리는 5갈래로 갈라져 있다. 열매는 구형으로 지름 약 2.5㎝의 삭과이며, 털이 빽빽이 나고 황갈색으로 익어서 5갈래로 갈라진다. 종자는 신장형이고 등쪽에 센털이 있다.



원예품종에는 흰색의 홑꽃, 흰색의 겹꽃, 홍색의 겹꽃 등이 있다.

정원과 공원에 심는다. 내한성은 강하지 않지만 내조성(耐潮性)이 있고, 양수(陽樹)로서 볕이 잘 드는 적당한 습지에서 잘 자라며, 생장이 빠르다. 중국에 분포한다. 북아메리카 남동부 원산의 미국부용 H. moscheutos는 여러해살이풀로 꽃은 부용과 비슷한 대륜(大輪)이고, 잎은 달걀꼴 타원형이다.




한방에서는 주로 흰색의 꽃을 이용하는데 부용화라고 하며, 해수·토혈·백대하 등을 치료한다. 뿌리는 부용근이라 하며, 옹종·해수기천·백대하 등에 이용한다. 생잎을 짓찧어 바르면 피부병이나 화상 등으로 인한 상처에 효과가 있다. 꽃가루는 한지의 빛을 내는 데 쓴다.





미묘한 아름다움이란 꽃말을 가지고 있는 부용을 좋아하는 사람은 참으로 많다.

다음 이야기는 부용에 관한 이야기이다.




 

옛날 성천(成川)에 한 기생이 있었던데, 미모가 빼어나게 아름다워 사람들은 그녀를 '부용'(芙容)이라 불렀다. 그녀는 이름을 기적(妓籍)에 올린 기녀였지만, 시(詩)를 즐기고 기개를 지니고 있어 함부로 몸을 더럽히지 않았는데 마치 부용꽃과 같았다.




그녀가 16세 되던 해 성천군에서 백일장이 열렸다. 그녀는 그 백일장에 참가하여 장원(壯元)을 차지했다. 그 당시 부사(府使)는 김이양(金履陽)으로 시를 몹시 사랑했다.





김이양의 문학에 심취한 그녀는 백발인 그와 인연을 맺고, 15년 동안이 동고동락하며 시가(詩歌)를 나누었다. 김이양이 늙어서 세상을 떠나자, 3년상을 정성껏 치른 부용은 자신의 몸과 마음을 더욱 깨끗이 지켰다.






세월이 흘러 죽을 때가 된 그녀는 몸을 씻은 다음, 가까운 사람을 불러서 유언을 남겼다.
"내가 죽거든 천안 광덕리(廣德里)에 묻어 달라."
그녀가 숨을 거두자 사람들은 그녀를 천안 광덕리에 있는 김이양의 무덤 옆에 묻어 주었다.





중국에도 부용에 관한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옛날, 중국 송나라 때 맹준왕은 부용꽃을 몹시 사랑하였다. 그는 성의 주위 40리에 걸쳐, 부용을 심어서 장식함으로써 자신의 영화를 과시했다고 한다.






바로 그 도시가 '성도'(成都)라고 하는데, 부용이 피는 시기가 되면 그 도시는 온통 부용꽃에 파묻힐 지경이었다 한다. 그래서 그 도시의 별명까지 '부용의 도시'가 되었다니 부용의 사랑함이 놀랄 만하다.




부용에는 목본성(木本性)과 초본성(草本性)이 있다.





부용꽃은 비록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에 시들기는 하지만, 밑쪽에서 위쪽으로 계속해서 올라가며 꽃을 피운다. 꽃말은 '섬세한 아름다움'이고, 동부 아시아의 따뜻한 중국이 원산지이다.




출처 : 눈꽃 가야
글쓴이 : 가야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