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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 내 (Gaenea)
식물도감

[스크랩] 2006/04/05 들곷일기

by joolychoi 2006. 10. 9.

우연히 만난 길섶의 복자기나무
복자기나무 꽃도 이렇게 예쁜줄은 예전엔 미처 몰랐었네...

복자기나무의 향기가 참으로 은은하다.
인공으로는 흉내내지 못할 향기

식물에게도 혼이 있다는데 어느 근원에서 솟아나와
이렇게 상춘객의 마음을 사로잡는가...?

그 뾰족한 새싹끝으로 이 피곤한 도시민에게 주사 한방 때리시게나...
복자기나무 새 기운에 걸음조차 경괘하고 ...
산길엔 떡버들이 한창이다.

버들꽃에 벌레들이 많이 모이는 것은 버들이 향기를 날려 그들을 초대하고
달고시원한 꿀을 대접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 인생은 불청객이 분명하니 멀찌감치서 구경이나 ...

봄꽃이 노란색이 많은 이유는 낙엽과 대지의 색깔에 대해 보색효과를 꾀하기 때문일까?
어두운 숲을 배경으로 피어나는 엄청난 명도와 채도의 혁명...!

도시의 껌껌한 지하실에서 숱한 날을 개기는 이 인생에게나
낙엽 밑에서 웅크리고 동면을 지낸 날개 달린 벌레들에게나
그것은 혁명적인 새생명의 메시지요, 찬미의 협연인 셈이다.
식물들에겐 엄청난 비용을 들인 광고 이벤트인 셈이지...

지난주에 보았던 개복수초는 그 찬란한 노란색을 피우기 위하여
지금은 열심이 준비하는 중이다.
반면에 부지런한 세복수초는 지금이 한창이다.

모두 노란색이면 재미없지 ... 분홍도 있어야지
올괴불의 수줍은 향기에 몸이달은 봄바람은 잠시도 가만히 못있고 가지를 흔들어 댄다.

그들의 그런 혼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원인은 하나, 즉 생명이다. 목적도 하나, 바로 생명이다.
화려한 생명의 향기와 색깔에 뭇 생명이 동조하고 그 잔치에 참예하고 ...
먼발치에서 눈도장이라도 찍으려고 상춘객은
자신의 작은 눈대신에 커다란 카메라렌즈를 들이댄다.

이제 산골짜기의 얼음도 다 녹아서 계곡물이 쏴아 소리를 내며 힘차게 흐른다.
차가운 땅속이나 질척한 얼음판을 지내온 골짜기의 풀꽃들은 흰색, 보라색, 연분홍 등
대체로 차분한 느낌을 주는 편이다.

 

 

 

 

 

 

 

수줍은 처녀의 치마를 연상시킨다는 처녀치마,
노루의 부숭부숭한 귀를 닮았다는 노루귀 ...
약간은 춥고 응달진 곳에서 자라나 가냘퍼 보이지만
오히려 강인한 생명에 경외를 느끼게 한다.

 

 

 "우린 이 숲과 땅의 눈이요!" 라고 말하듯이
괭이눈들이 매우 아름다운 '옐로우그린' 색감으로 반짝이고 있다.

 

 

 "괭이눈 3종 ..."
어두운 숲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색채와 향기의 잔치는 통일된 맥락으로 지면을 덮는다.
만물이 통일된 찬미로 그 근원자의 세계에 입성하여 함께 울리는 고요한 함성...
그러나 그 속에는 다양한 개성들이 존재한다.
모두다 같은 음색에 같은 음정이면 무슨 곡조가 되겠는가 ...
생명은 통일성과 다양성의 하모니를 이룬다.
그것은 어두운 근원으로부터 찬란한 빛으로 솟아올라
온 우주에 울려퍼지는 오로라와 같은 것이다 ...

 

출처 : 풀빛소리
글쓴이 : 소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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