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개 내 (Gaenea)
미디어 쇼킹 뉴스

[스크랩] [이슈트랙백] 결혼, 할까요, 말까요?

by joolychoi 2006. 9. 26.

“얘야, 동그라미를 그리려면 처음 시작했던 자리로 되돌아가야 하는 거야.”
소년은 아빠의 말대로 처음 시작했던 자리로 되돌아가면서 선을 그었다.
그러자 보름달처럼 둥근 동그라미가 그려졌다. 아들이 나직이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아, 사랑도 이런 것이구나. 사랑하던 첫 마음으로 되돌아갈 수 있어야 사랑의 원을
그릴 수 있구나. 처음과 끝이 서로 같이 만나야 진정 사랑을 완성할 수 있구나.“


-정호승의 <스무 살을 위한 사랑의 동화> 중에서-

 

사랑이 익으면 뭐가 되나요?

 

자자~오라이~ 가.을.이 익어갑니다. 그런 가을 따라 익어가는 것도 한둘이 아닙니다. 손대면 톡~하고 터질 것 같은 홍시를 비롯, 벼, 밤, 고추.. 익어가는 것들이 아주 ‘줄줄이 비엔나’입니다(사실 제 마음도 익어갑니다. 아니 너무 익다 못해 썩어 문드러져서 발효가 될 지도 모를.. ㅋㅋ).

 

 

 

아, 그러고 보니 사랑도 있네요. 누군가들은 그 발갛게 익어가는 사랑의 열매를 따고자 ‘결혼’을 합니다. 때는 바야흐로 ‘웨딩 시즌’~ ‘결혼이야기’가 차고 넘치는 계절~ 동그라미를, 사랑의 원을 그리려는 작자들의 작당(?)이 활개를 칩니다. 그러다보니 ‘청첩장’과 ‘축의금’과 같은 결혼을 대변하는 이미지가 가을날의 풍경 속에도 자리 잡고 있네요.

 

그래서 말인데요. 사실 가을은 때론 가혹합니다. 된장, 예정에 없던 지출을 수반한다는 거죠~ 그 놈의 청첩장은 고지서입니다. “돈 내 놓으슈”라는 반협박 반강제의 소리 없는 아우성. -.- 그동안 뿌린 돈만 해도, 결혼 3번은 했겠네.^^;; 그래두 어쩔 수 있나요. 줄건 줘야지. 안 그래요?

 

여러분도 혹시 그러세요? 밀려드는 청첩장 때문에 고역? 축의금 나갈 것 생각하면 가계부에 타격이 올까 걱정? 아니면 염장질? ㅋㅋ

 

뭐~ 사실 사랑 없이도 결혼하는 경우도 있죠. 또 사랑의 열매가 반드시 결혼이란 제도 혹은 형태로 연결돼야 할 이윤 없죠. ‘커피향기’란 블로거는 이런 말씀도 하시더군요. “사랑의 완성은 결혼이 아니라 마음과 마음이 닿는 거라는 걸...”

 

결혼 권하는 사회?

 

그런데 이 ‘결혼’이라는 놈, 보통 내기가 아닙니다. 곧 우리의 명절, 한가위 다가옵니다. 고향집 가면 듣는 레퍼토리 뻔~합니다. 늘 비슷하게 나오긴 하는데 얼마 전 한 포털사이트의 조사에서 “결혼해야지”가 한가위 때 듣기 싫은 말 3위에 랭크됐네요.
☞<추석 모임 때 가장 듣기 싫은 말은>

 

‘아 짱나~’ 하시는 분 많죠? 더구나 올해 ‘쌍춘년’이라고 더욱 날뜁니다. 음력으로 한 해에 입춘이 두 번 들어 있다고 해서, 길한 해라고 결혼하려는 행렬이 미어터진답니다. 예식장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고, 엄한 전세 값도 들썩이고 소형아파트는 품귀현상이라는 소식도 들리네요. 분명 오바스런 면이 있는데 이게 다 혼수업계 혹은 결혼관련업체가 내놓은 마케팅 전략? -.-++

☞‘나도 결혼할수 있을까요’ 쌍춘년증후군
☞내년에 결혼하면 바보?
☞대국민 사기극, 쌍춘년 소동

 

결혼 안(못)한 분들 속 터지거나 짜증나는 얘기죠? 하기 싫어 안 하는 것도 아니고, 어쩔 수 없이 못하고 있는 경우도 있을 테고, 소수겠지만 결혼 하지 않겠단 비혼자들도 있는데 말입니다. 뭐 개개인마다 각자의 진실이 다 있을 겁니다. 그쵸?

 

 

 

사실 어느 정도 나이가 차면, 빤~한 질문이 난무합니다. 전 말이죠. 계란 한판을 넘긴 나이 즈음부터 사실 제일 짜증나는 질문들이 있어요. “왜 결혼 안해?” “결혼 언제 할 거야” 뭐 이런 것들. 으레 적당한 나이가 되면 결혼해야 한다는 생각, 솔직히 좀 거시기 합니다. 의식하지 않은 채 세상이 나서서 결혼을 (강)권하는 사회는 끔찍끔찍.

 

기사라고 나오는 것도 대개 이런 겁니다. 짝짓기(를 통한 돈벌이)에 여념 없는 결혼정보업체들의 이바구를 꼬박꼬박 받아주는 언론 혹은 미디어. 이런 것 또한 ‘결혼은 당연한 것’이라는 생각을 무의식중에 심어주게 되겠죠? 
☞최고의 배우자는? '공무원 남편, 교사 아내' 여전한 인기

 

사실 사회 제도로의 편입이든, 어른이 되는 통과의례(라는 통념)이든, 자본주의체제를 공고히 하기 위한 최소한의 단위이든, ‘결혼’은 무시할 수 없을 만큼의 사회적인 보편성(의 테두리에 있다고 여겨지는 대다수의 선택)을 획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결혼과 관련된 용어에는 은근히 사회적인 억압이 숨어있어요. ‘적령기’라는 말로 사람을 규정하고, 총각·처녀 앞에 ‘노(老)’자를 붙여 결혼하지 않은 데 대한 압력을 넣습니다. 아주 가끔은 궁금합니다. 이 ‘적령기’는 과연 어떤 기준에서 나온 걸까,하구요.

 

근데 오해는 마시길. 전 독신주의자나 싱글 예찬론자 이런 건 아닙니다. 결혼을 하지 않겠다는 것도 아니죠. 다만 결혼도 사랑도 내가 하고 싶을 때, 그만한 사람이 나타날 때, 하고 싶어요. 그렇다고 (‘적령기’라는 타이틀을 붙여 그 시기즈음이나 그것을 초과하고도) 결혼하지 않은 사람을, 커플 아닌 싱글을 거의 ‘비정상’으로 몰아가는 분위기는 아니잖아요~

이건 아니잖아~ 이건 아니잖아~~

 

 

결혼은 미친 짓?

 

이 영화, 아시죠? <결혼은, 미친 짓이다> . 경사스럽기 그지없을 행위에 감히 ‘미친 짓’이라는 도발적인 언사로 시비를 거는 이 영화, 대체 무슨 심보일까요. 정부나 어른들이 들으면 노발대발할, 그럼에도 너무도 섹시한 제목.

 

나는 그들의 이야기가 참 재미있었습니다. 결혼 지상주의를 표방하듯 숱한 선을 통해 조건을 따지는 현실주의자인 그 여자, 연희(엄정화)와 영원한 사랑은 없다고 믿으면서 욕망과 삶을 일치시키려는 자의식강한 그 남자, 준영(감우성)의 만남. 이런 전제조건에서라면 답은 뻔합니다. 두 사람의 결혼은 ‘없다’.

 

 

<결혼은, 미친 짓이다>의 한 장면

 

그래서 <결혼은, 미친 짓이다>는 여기서 출발합니다. 상투적이고 진부한 결혼제도에 대해 냉소적인 준영은 “한 사람만을 영원히 사랑할 자신이 없고 그런 욕망을 숨길 수 없다”고 일갈합니다. 반면 연희에게 결혼은 부와 안정을 갖는 조건인 한편 연희는 마음의 사랑에도 충실할 수 있는, ‘들키지 않을 자신’도 있습니다. 연희는 결국 의사 집안의 배경을 지닌 남자와의 결혼에 베팅(!)하지만 그에게 결혼은 ‘일부종사(一夫從事)’의 구닥다리가 아닙니다. 그래서 두 사람은 이른바 ‘불륜’이라는 너울을 뒤집어 쓸 여지가 다분한 ‘다른’ 형태의 주말부부(?)를 택합니다. 

 

영화가 흥미로웠던 건, 묘한 파찰음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제도권에 편입했으면서도 은근히 이를 조롱하는 듯한 연희의 ‘이중생활’이나 결혼에 대해 냉소적인 준영이 ‘선택적 대안’을 자연스레 받아들이는 모습이 ‘결혼의 신성함(이란 강압적인 이데올로기)’에 딴죽을 거는 듯합니다. 그러나 “남들보다 좀 더 바쁘게 살고 있을 뿐”이라며 당당한 연희와 달리, 결혼제도에 발 담그지 않은 준영이 발목이 묶이는 듯한 모습이 아이러니컬합니다. 그녀의 작은 부탁들도 들어주었던 가슴 넓고 자상한 남자였던 그도 현실과의 접점문제에서는 흔들릴 수밖에 없는 ‘사회적 동물’이었던 거겠죠.

 

<세상에서 제일 잘생긴 익사체>란 소설에는, ‘결혼이란 감정을 죽이고 일상이 강해지는 그런 것을 느끼’는 것이라는 문구가 있습니다. 두 사람도 그걸 알고 있었던 걸까요. 연희는 준영이 미리 자신을 잡았다면 결혼했을 거라고 말하지만 결혼과 셋방살이로 이어지는 ‘가지 않은 길’로 갔었다면 과연 행복했을지는 의문입니다.

 

사실 결혼식에서 묻고 싶은 게 있습니다. “사람들이 하필 그 전에 사랑한 사람이나 그 후에 사랑할 사람이 아닌, 바로 지금의 그 사람이랑 결혼하게 되는 건, 단지 그 사람을 결혼 적령기에 만났기 때문이라는 거야. 그러니까 누구를 만나 사랑해도 상관없는데 다만 순서가 문제인 거지. 그 중에서 제일 괜찮은 사람을 바로 결혼 적령기 때 만나야 행복해질 수 있는 거니까…”라는 영화의 원작, 이만교의 소설 속 문구에 대해 어찌 생각 하냐고...

 

짓궂죠?^^;; 그러나 사실 한 번도 안 물었고 묻지도 않을 겁니다. 저는 그저 축하도 하고 밥도 먹을 겸해서 결혼식에 참석하는 헐랭한 하객일 뿐이기 때문이죠. ^^;;;;

 

 

결혼 할까? 말까?

 

세상엔 결혼 안(못) 한 사람들도 많습니다. 프랑스에는 독신자가 1500만 명에 육박한답니다. 서울 인구를 넘어서네요. 그래선지 독신자 이미지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하고 있답니다. 독신 역시 하나의 삶의 방식이라는. 중국도 남녀성비 불균형 외에 결혼 비용상승 등으로 ‘싱글족’이 늘면서 소비 및 산업구조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답니다.

☞프랑스 독신자 1천500만명에 육박 
☞中 싱글족,사상 네번째 급증세…성비 불균형,결혼비용 상승 때문


그렇다면 한국의 상황은 어떨까요. 최근 조사를 보니 20~30대 절반가량은 결혼을 하지 않았고 독신남성과 독신여성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서울 관악구와 강남구랍니다. 특히나 지난 3월 보건복지부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미혼여성의 절반은 “결혼 안 해도 무방”이라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남성의 경우는 다소 달랐지만. 결혼하지 않는 이유는 남녀가 좀 차이가 있습니다. 남자는 ‘결혼비용’, 여자는 ‘결혼시기’가 가장 유력한(?) 이유네요.

☞20,30대 절반 결혼 안했다
☞결혼하지 않는 이유, 男 ‘결혼비용’ 女 ‘결혼시기’ 때문
☞미혼여성 13%만 "결혼은 필수”


‘싱글’들의 다양한 삶도 있고 여러 이유로 결혼을 하지 않는 싱글도 있습니다. 개중엔 결혼을 하지 않고 살겠다는(혼자 살겠다는 건 아니고) ‘비혼’의 이야기도 있겠죠.
☞[늘어나는 싱글족] 난 이래서 싱글… 싱글족의 다양한 삶
☞얽매이고…부담되니 내겐 너무 먼 결혼?

 

어쨌든, 사회 통념상의 ‘결혼적령기’도 점차 높아지고 있는 것 체감하시죠? 한 통계 자료에 따르면 1940년대 이전 남자 19.8세 여자 18.8세였으나 1990년대에는 남자 28.3세 여자 27.8세로 10년 가까이 높아졌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점점 더 높아지는 추세입니다.

☞'남성 30세, 여성 28세' 결혼하기 가장 좋다

 

뭐 인류가 살아있는 한, 이 ‘결혼’이란 녀석은 바지가랑이 계속 잡고 늘어질 겁니다.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라는 결혼. 햄릿이 지금 시대에 살아 있다면 어쩌면 이런 고민도 하지 않을까요? ‘결혼하느냐, 마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

 

지금 이 강퍅한 시대, 결혼의 속살도 예전과는 많이 달라진 면모도 보여요. 결혼도 투자래나. 사랑만 갖고 사는 건 그저 고전 속에나 나오는 현실감 없는 이야기죠. “김중배의 다이아몬드가 그렇게 좋더냐”고 물으면 고개 끄덕끄덕. ^^;; 이게 디지털시대의 웨딩트렌드랍니다.
☞사랑에 눈 멀어도 현실엔 두눈 부릅


그리고 자녀 출산, 교육, 집.. 결혼하면 닥쳐 올 현실문제. 그리고 집안과 집안끼리의 결합에 따른 문화적 충돌, 각기 다른 세계의 결합.. 아 결혼은 너무 어려운 방정식이에요. 

 

그렇담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결혼 안(못)한 분들은 ‘내가 왜 결혼 안(못)하고 있는지’, 결혼 한 분들은 ‘내가 왜 결혼했는지’를 알려주실래요? 궁금해요~ ^^ 비혼자든, 미혼자든, 유부든, 혹은 이 땅에서 ‘결혼’이라는 법과 제도 속으로 들어가지 못하는 분들의 이야기도.  정부정책의 문제를 꼬집어주셔도 좋구요. 사회적으로든, 개인적으로든 어떤 방향도 상관없습니다. 개개인의 세계 속에서 결혼이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한번 의견을 나눠보시죠. ^.^   

 

 

흠, 어떻게 얘기하느냐고요? 여기 그 방법을 알려드리죠. 트랙백을 걸 줄 아시는 분은 트랙백 걸어주시구요~(트랙백 주소: http://blog.daum.net/media_blomad/tb/6678651, 트랙백 거는 법 자세히 보기). ‘트랙백, 이거 모르겠다’ 하시는 분은 걍 블로거뉴스로 송고해주세요. 제목에 [결혼]이라는 간단한 표시 붙이여주시면 짱입니다요~ 아 글고 다음 블로그 사용하지 않으셔도 상관 없으니 다른 블로그 서비스나 설치형 블로그 쓰시는 분들도 사정 없이 썰을 풀어주세요.^.^ 자신 이야기 아닌 주변의 사례나 이야길 적어주셔도 조아요~


솔직하게 ‘내가 왜 결혼 안(못)하고 있는지’ 혹은 ‘이래서 결혼은 꼭 필요하다’를 잘 보여주신 분께는 작지만 선물도 드리겠습니다. <아내가 결혼했다>(박현욱 지음, 문이당 펴냄)라는 책! 이 가을엔 결혼 대신 책도 좋습니다.^^;; 그러니 가을이, 결혼이 당신을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마시길.

 

안 쓰시면 ‘사모님’ 부릅니다.^^;
김기사 어서~ 블로깅 해~~~

 

출처 : 사는 이야기
글쓴이 : 에테르도감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