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시골에 고구마 캐러 간다고 하니 어떤 분이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야, 그거 재밌겠다.” 그러나 천부당 만부당 말씀입니다. 고구마 캐는 일은 그리 낭만적이거나 재미있지 않습니다. 글쎄요. 벌겋게 땅위에 드러난 고구마를 바구니에 담는 순간적인 일은 재밌고 신기하며 농촌 체험의 한 단면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만, 농촌 일은 단 한번의 체험이 아니지요. 포도, 사과, 배, 딸기 등 과수원에서 과일을 따는 경우도 재밌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알고 보면 엄청난 노동이지요. 종종 <체험 삶의 현장>이라는 프로그램을 보면 연예인들이 출연해 과수원에서 과일을 따며 먹고 즐기는 장면이 나오지만 이는 어디까지 몇십 분간 보여주기 위한 연출일 뿐이지요. 다시 고구마 이야기로 돌아와서, 고구마를 캐기 위해선 덩굴을 걷어내야 합니다. 고구마 줄기가 파릇파릇하다보니 무게도 엄청 나갑니다. 덕분에 소나 염소가 먹기엔 아주 좋지요. 덩굴은 잘 드는 낫으로 조금씩 끊어서 한쪽으로 치워놓지요. 덩굴을 칠 때마다 모기가 엄청 나와 고생을 좀 합니다. 팔이 긴 옷을 입으면 덥기도 하구요. 손에는 물집이 잡히고 다음날 팔과 손목, 어깨는 들지 못할 만큼 통증이 가게 마련이지요. 덩굴을 걷어낸 다음에는 경운기에 쟁기를 달아 두둑을 갈아내야 합니다. 길죽하게 세로로 깊이 박힌 고구마, 호미나 쇠스랑 등으론 엄두가 안 나고 삽으로 캐야하지만 이럴 경우 ‘세월아, 네월아’ 할 정도로 시간이 엄청 걸립니다. 또한 고구마 값이 무척 비싸 그렇게 소중하게 캐야할 이유도 없구요. 결국 경운기에 쟁기를 달아 두둑을 갈아엎어야 하는데, 쟁기날에 찢기고 부러지는 고구마가 부지기수입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쟁기날을 최대한 깊이 들이대고 고구마밭을 갈아보지만 이러면 경운기가 앞으로 진행을 못합니다. 그럴때마다 힘껏 쟁기날을 들어주기도 하는데 이때 땀이 비오듯 하지요. 뽀얀 고구마가 쟁기 날에 찢겨 세상 밖으로 튀어나올 때는 마음이 무척 아프지만 그런 것 신경쓸 여유가 없습니다. 왜냐면 찢기는 수만큼이나 멀쩡한 고구마도 엄청 나오기 때문이지요. 비록 돈은 안 되지만요. 어차피 찢기고 깨진 고구마는 염소가 소가 먹는답니다. 그리고 나머지는 농협에 올리는데, 10kg 한 상자에 3~4천원 받을까요? 더 쉽게 얘기하면 이 고구마를 심는데 인건비, 재료비, 시간 등 총 100만원의 비용이 들어갔다면 수확하면 50만원도 나오지 않는다는 얘기지요. 그러나 허투루 땅을 놀릴 수 없는 부모님의 마음을 알기에 이런 손해가 해마다 되풀이돼도 뭐라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다시 고구마 이야기로 돌아와서, 경운기가 지나가면 식구들이 뒤를 따라오며 고구마를 줍는데요, 반쯤 묻힌 고구마를 마저 캐려고 부모님께서 애쓰시는 모습도 보입니다. 빨리 빨리 주워내야 다음 두둑을 갈아낼 수 있는데도 말이지요. 허나 비록 소나 염소에게 줄 찢긴 고구마라 할지라도 한 개라도, 한 톨이라도 더 건지려고 하는 부모님 마음을 헤아리고 있답니다. 덩굴 걷어내기, 경운기로 갈아내기, 고구마 줍기 등 고구마 캐는 작업에서 가장 힘든 일은 역시 경운기로 갈아내는 일입니다. 아주 천천히 진행하면서 쟁기의 높낮이를 잘 조절해야 하고 때론 엄청 힘을 써야하기 때문이지요. 물론 세 가지 일중에 어느 하나 만만한 일은 없지요. 굳이 따지지만 그렇다는 얘기입니다. 그럼 지금부터 고구마 덩굴 걷워내는 장면을 동영상으로 보시겠습니다. 여유로운 농촌의 풍경과 함께 보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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