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 수 없어요 / 만해 한용운 ♥
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에 파문을 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취 입니까 .
지리 한 장마 끝에 서풍에 몰려가는
무서운 검은 구름의 터진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굴입니까
꽃도 없는 깊은 나무에 푸른 이끼를 거쳐서
옛 탑 위의 고요한 하늘을 스치는
알 수 없는 향기는
누구의 입김 입니까
근원은 알지도 못할 곳에서 나서
돌 부리를 울리고
가늘게 흐르는 작은 시내는 굽이굽이
누구의 노래 입니까
연꽃 같은 발꿈치로 가이없는 바다를 밟고
옥 같은 손으로 끝없는 하늘을 만지면서
떨어지는 해를 곱게 단장하는 저녁놀은
누구의 시입니까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그칠 줄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입니까.
[ 좋은 글 ] ( 344 ) 알 수 없어요/ 만해 한용운 I can not know / Manhae Han Yong - YouTube
'마음의 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알렉산드르 푸시킨(영상시 첨부) (3) | 2023.02.06 |
---|---|
2월의 다짐/윤보영 (영상시 첨부) (4) | 2023.02.02 |
겨울이 그려준 하얀 그리움/오광수(영상시 첨부) (2) | 2023.02.01 |
새해에는 산같은 마음으로 / 이해인(영상시 첨부) (2) | 2023.01.31 |
1월의 끝자락에서/나형식(영상시 첨부) (3) | 2023.01.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