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개 내 (Gaenea)
농암(籠巖)최낙인 시인방(1.2 시집)

마 당 / 籠巖 최 낙 인

by joolychoi 2018. 1. 31.


마 당 / 籠巖  최 낙 인
어젯밤 꿈속에
뒷산 막내가 찾아와
집 마당에서 같이 놀자고 했다
세월에 묵정밭이 된 엣 마당
널브러진 잡초 더미 걷어내고
자치기 땅따먹기하며 지신도 밟았다
기울어진 고방 채가 눈을 맞춘다
매달린 덕석은 맥없이 늘어졌고
쇠통은 한없는 기다림에 녹이 슬었다
사람은 가고 없어도
어김없이 봄은 오는 것인가
담장 밑 손바닥만 한 화단에 
함박꽃 붉은 싹이 몸을 비튼다
뒤란 고인 우물엔
떠있는 감나무 낙엽 사이로
10대 소년과 70대 노인이 비췬다
초등 6년짜리 어린 동생은
거칠어진 형의 손 부여잡고
애걸복걸 같이 살자며 울부짖는다.
--최낙인 제2시집<"하늘 꽃" 제1부 敬畏의 자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