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전남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세월호'의 승객들은 최후까지
필사의 탈출을 시도했다. 어린 학생들은 두려움에 떨며 가족에게
마지막 메시지를 보내 주변을 안타깝게 했다.
선체(船體)가 급격히 기울어진 오전 9시 27분.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났던 안산 단원고 2학년 신영진군은 어머니 박미자(46)씨에게
문자를 보냈다. '엄마 말 못 할까 봐 미리 보내 놓는다. 사랑해.'
의아하게 생각했던 박씨는 곧 언니로부터 사고 소식을 접하고
그대로 혼절했다. 신군은 다행히 구출됐다.
비슷한 시각 이 학교 김범수군도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빠, 배가 가라앉으려 해. 구명조끼 입고 침대에 누워있어.
어쩌지"라고 했고, 아버지는 "짐 다 버리고 기둥이라도
꽉 잡고 있어"라고 했다. "살아서 만나요" 하고 울먹이는 음성을
마지막으로 아들의 전화 신호음은 끊겼다고 한다.
김군의 아버지는 "이후로 아무 소식이 없다"고 했다.
박모(17)군도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배가 반쯤 기울어져
아무것도 안 보여요. 바다밖에 안 보여요.
나 아직 구명조끼 못 입었어요"라는 다급한 말을 남기고
연락이 두절됐다고 한다.
한 여학생은 휴대전화로 침몰이 시작된 직후의 객실 동영상과
사진 3장을 어머니에게 보냈다. 동영상에는 사고 당시 흔들리는
선실 모습과 불안해하는 학생들의 대화가 담겨 있었다.
동영상에서 한 학생은 "기울어졌어! 배에 물이 고여,
물이!"라고 외쳤고, 다른 학생들은 계속 웅성거리고 있었다.
한 여학생은 자신의 모습을 촬영하면서 "어떡해.
엄마 안녕. 사랑해"라는 음성 메시지를 남겼다.
배가 가라앉기 직전인 오전 10시쯤 오히려 걱정하는 가족을
달래는 학생도 있었다. 신모(18)양은 '아빠 걱정하지 마.
구명조끼 입고 애들 모두 뭉쳐 있으니까. 배 안이야.
아직 복도'라는 문자를 보냈다. 아버지는 '침몰 위험이 있으니
바깥 난간에 있어야지. 가능하면 밖으로 나와라'고 했고,
신양은 '아니, 아빠. 지금 걸어갈 수 없어. 복도에
애들 다 있고 너무 기울어져 있어'라고 답을 보내왔다.
어른들 도움으로 극적으로 구조된 여섯 살 권지영양은
"오빠가 구명조끼를 입혀줬는데 나만 남았어요"라고 울먹였다.
권양은 일곱 살 난 오빠가 채워준 구명조끼를 입고 목숨을 구해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함께 가족 여행을 떠난 오빠와 부모는
이날 밤늦게까지 생사 확인이 안 된 것으로 알려졌다.
탈출 직전의 아수라장을 전하는 증언도 이어졌다. 한 생존자는
"배 앞쪽에 보이는 입구 쪽으로 가려는데 물이 너무 빨리
차올라 이동이 어려웠다"면서 "'유리창을 깨자'는 얘기가 곳곳에서
들렸고 창문을 깨지 않고는 도저히 밖으로 나올 방법이
없었다"고 했다. 다른 생존자는 "내 뒤로 30명 정도가 선실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것으로 보였다"면서 "물이 올라오는 것을 보고
일부는 바로 바다로 뛰어들었다"고 했다.
한 선원은 "근무 중이었는데 배가 갑자기 기울었다.
빠져나오기도 급해 다른 사람들이 구조됐는지, 조치를
취할 겨를이 없었다"고 했다. 전남 목포한국병원으로 이송된
유모(57)씨는 "'쿵' 소리가 나더니 배가 갑자기 기울었고
밖으로 나와 보니 수직으로 배가 서고 있었다"며
"선실 3층 아래는 식당, 매점, 오락실이 있었는데
그곳 사람들은 대부분 빠져나오지 못한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