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자 가족들 두 번 울린 '허위' 구조요청 문자
세월호 침몰 사고 발생 당일 진도실내체육관과 팽목항에서 구조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던 실종자 가족들이 동요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2학년 2반 ㅇㅇㅇ입니다. 선미 쪽에 있는데
유리창 깨질까봐 무섭네요" 등 구조를 요청하는글이 인터넷에
올라오자 더디게 진행되는 구조작업에 대해 거세게 항의했다.
사고 발생 초기 늑장 대응으로 '골든타임'을 놓친 정부 당국에 대한 불만과
자녀에 대한 걱정이 극에 달했던 실종자 가족들에게 이 문자가 '사실'인지
'허위' 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믿고 싶었고 믿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경찰 수사에서 이렇게 퍼진 '구요 요청' 메시지는 대부분 허위로
드러났다. '이혜린 양' 등의 명의로 발송된 구조요청 문자 4건은 허구의
인물이었다. 부산의 한 초등학생과 서울의 한 중학생 등이 올린 것이었다.
SNS에도 '허위' 구조요청 글이 올라왔다. 사고 발생 당일
고 한세영(17)양이 보냈다는 페이스북 메시지가 빠르게 확산됐다.
"제발 이것 좀 전해주세요 제발. 지금 저희 식당 옆 객실에 6명이 있어요
.(중략) 식당쪽 사람 많아요. 제발 빨리 구조해주세요"라고 적힌 이 메시지는
20살 남성이 퍼트린 유언비어로 확인됐다.
경찰은 지난 21일 이 남성을 검거했다.
◇정부 '불신' 유언비어로 표출…'뜬소문'만은 아니다
SNS와 인터넷 댓글 등을 통해 확산하고 있는 유언비어 중 정부를
겨냥한 내용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대표적인 유언비어로는 "정부가 시신을 무더기로 발견하고도 숨 쉬고 있다",
"시신을 부검한 결과 죽은 지 몇 분 안 되는 것으로 결론 났다" 등이 있다.
23일 구속된 홍가혜씨는 지난 18일 오전 한 종합편성채널과의 생방송
인터뷰에서 "해양경찰이 민간 잠수사들의 구조작업을 막고 있다.
세월호에 생존자를 확인했다. 잠수해 실종자와 대화를 나누었다"
등의 주장을 펼쳤다.
해당 인터뷰는 SNS 등을 통해 급속도로 퍼졌다. 하지만 '들은 얘기'가
문제가 돼 홍씨는 결국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법적 처벌을 받게 됐다.
하지만 이러한 내용을 무조건 유언비어로 치부하는 것은 과민반응이라는
지적이 갈수록 설득력을 얻는 모양새다.
사고 발생 12일째인 현재 정부가 늑장대응을 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해경과 민간 잠수사 간 협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에 대한 논란도 커지는 상황이다.
◇'릴레이 망언' 혼쭐난 국회의원…색깔론까지
새누리당 권은희 의원은 "유가족인 척하는 선동꾼이 있다"는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가 유언비어 유포와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당했다.
권 의원은 자신이 올린 영상에 등장한 사람들을 "실종자 가족 행세를 하며
정부를 욕하며 공무원들 뺨 때리고 악을 쓰고 욕을 하며
선동하던 이들"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가 올린 영상에 등장한 사람들은 실제 세월호 실종자 학부모로
밝혀졌다. 뒤늦게 사과하고 글을 삭제했지만 영상 속 당사자는
권 의원을 비롯해 같은 내용의 게시물을 올린 사람들을 경찰에 고발했다.
새누리당 한기호 최고위원은 지난 20일 자신의 SNS에 "이제부터는 북괴의
지령에 놀아나는 좌파단체와 좌파 사이버 테러리스트들이 정부전복
작전을 전개할 것입니다"라고 적어 논란이 일었다.
사회발전시스템연구소장 지만원씨도 본인이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
'시스템클럽'에 "시체장사에 한 두 번 당해봤는가. 세월호 참사는
이를 위한 거대한 불쏘시개"라고 적어 공분을 일으켰다.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경선 후보의 아들 정모(18)군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소리 지르고, 욕하고, 국무총리한테 물 세례하잖아
ㅋㅋㅋ"라며 "국민 정서 자체가 미개하다"고 올렸다.
정 후보는 "아이를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저의 불찰"이라고 사죄했지만
여론은 싸늘하다.
◇'조롱'과 '유언비어'에 힘 빠지는 '선의'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을 기원하기 위해
시작돼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노란리본 캠페인'이 악성 유언비어와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의 조롱으로 난감해하고 있다.
지난 23일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가 '노란리본'의
문양을 'ㅇㅂ'로 교묘하게 변형시킨 가짜 '노란리본'을 퍼트렸다.
'노란리본 캠페인 사진을 사용하면 저작권료를 물어야 한다'는 악성
유언비어가 나돈 지 며칠 지나지 않아 또다시 악재가 발생한 것이다.
최근에는 '노란리본은 사실 나비다. 무속에서 노란 나비는 저승으로 가는
영혼을 뜻한다. 나비리본은 주술이라고 한다. 이것(노란리본)은 귀신을
부른 것이므로 잘못된 행위다. 동조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유언비어가 SNS를 통해 확산되고 있다.
이번 캠페인을 기획한 대학생 연합동아리 ALT 회원들은 자비를 들여
순수하게 시작한 캠페인이 변질되지 않을까 우려하기도 했다.
하지만 처음 시작했을 때의 마음가짐으로 캠페인을 진행할 계획이다.
윤상무(21·ALT 회원)씨는 "많은 사람들 리본을 달고 다니거나 나무에
걸었으면 좋겠다"며 "희생자 가족들이 노란리본을 보면서 조금이나마
희망을 가질 수 있으면 하는 바람뿐이다.
다른 의도는 없다"고 말했다.
jikime@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