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강동서 형사들은 조씨가 범인이라는 증거를 하나씩 발견해
나갔다. 청주에 파견된 2개의 강력팀원들은 근처 텃밭에 묻혀 있던
25돈 금팔찌와 반지, 목걸이를 발견했다. 숨진 부친이 평소 차고
다니던 것들이었다. 조씨의 청주 자택에서는 범행에 쓰인 3㎏짜리
아령도 찾아냈다. 천호동 범행 현장에서는 반경 500m 안에 있는
CCTV 50여개를 모조리 뒤져 조씨가 황급히 골목을 빠져나가는
장면을 포착했다. 범행 이후 조씨가 스마트폰으로 '피가 지워지지
않아요' '가족살인' 등 키워드로 검색한 사실도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조씨가 4~5차례 아령을 휘두르는 과정에서
자신의 엄지손가락도 내려쳐 뼈가 쪼개지는 깊은 상처를 입었는데도
치료를 한사코 거부했다는 병원 관계자의 진술이 수사 단초가 됐다"고
말했다. 묵비권을 행사하던 조씨는 경찰이 증거를 하나씩
들이밀자 "경제적으로 어려워 범행을 저질렀다"고 시인했다.
경찰 조사 결과, 조씨는 1997년부터 아버지와 떨어져 무당인
어머니와 살았다. 아버지와는 1년에 2~3차례 정도 연락하는
소원한 관계였지만, 범행 당일 새벽 부친 집을 찾아 돈을 달라고
요구했다. 사채와 차량 할부금 등 빚 독촉을 견디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조씨는 부친이 이를 거부하자 방 안에 있던 아령을
휘둘렀다고 경찰은 전했다. 그는 숨진 아버지의 귀금속과 현금 등
500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뒤 평소 복사해뒀던 열쇠로
문을 잠그고 달아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조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한편, 조씨가 상속을
노리고 범행을 저질렀는지, 보험을 따로 들어놨는지에 대해서도
수사하고 있다. 수사팀의 한 경찰관은 "조사받는 조씨가 너무 태연한
모습을 보여 사이코패스가 아닌지 프로파일링을 의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