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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환 추기경 '판자촌 가보라' 말씀에 의료봉사 시작했죠"-사회/Life

by joolychoi 2013. 7. 27.

 

 

 

 

 

 

  
  "김수환 추기경 '판자촌 가보라' 말씀에
 의료봉사 시작했죠"
이미지 기자 입력 : 2013.07.24 02:56
 
[제1회 '성천상' 수상한 벨기에 출신 배현정 全眞常의원 원장]
 
가난한 이들 38년간 진료하며 39만명에게 의료혜택 베풀어
"환자, 의사 얼굴만 봐도 '날 포기한 게 아니구나' 안심
내가 주1회 왕진 가는 이유죠… 외국인? 그냥 난 동네 할머니"
"안녕하세요?"라는 인사에 지나가던 할아버지는 모자를 벗어
인사했고, "몇 살이니?"라는 물음에 꼬마아이는 방긋 웃었다.
파란 눈에 흰 피부를 가진 외국인은 동네 사람들과 스스럼없이
인사했다. 1972년부터 지금까지 40여년간 서울 금천구 시흥동에서
'전진상(全眞常) 의원'을 운영하며 영세민들에게 의료봉사를
펼치고 있는 벨기에 출신 배현정(67·본명 마리 헬렌 브라쇠르)
원장이다. "이 동네에 백인 외국인이 저 한 명이니까
다들 절 알아봐요. 제가 '개띠(1946년생)'니까 뭐, 동네 할머니죠."
 
배 원장이 JW중외그룹이 제정한 '성천상' 제1회 수상자로 선정됐다.
'성천상'은 2011년 JW중외그룹의 공익재단인 JW중외학술복지
재단이 헌신적 의료봉사 활동을 통해 사회적 귀감이 된 의료인을
발굴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든 상이다. 재단은 외국인으로서
한국 사회를 위해 자신보다 소외된 이웃들에게 38년간 의료봉사
활동을 한 배 원장을 제1회 수상자로 선정했다.
상금은 1억원이다. 그는 "외국인인 내가 제1회 수상자가
될 거라고 생각지 못했다"고 말했다.
 

	배현정 원장은“돈이 있다고 괴롭지 않은 건 아니기 때문에 호스피스 병동은 경제력과 상관없이 환자를 받는다”면서도“물론, 우리의 VIP는 영세민”이라며 웃었다
배현정 원장은“돈이 있다고 괴롭지 않은 건 아니기 때문에 호스피스 병동은 경제력과 상관없이환자를 받는다”면서도“물론, 우리의 VIP는
영세민”이라며 웃었다. /전기병 기자
 

벨기에에서 간호대학을 졸업하고 1972년 국제가톨릭형제회를 통해 한국에온 배 원장은 1975년 고(故) 김수환 추기경의 조언으로 당시 판자촌이던 금천구 시흥동에 의료복지기관인 '전진상 의원'을 설립했다. '전진상'은 온전한 자아 봉헌(全), 참다운 사랑(眞), 끊임없는 기쁨(常)이라는 뜻. "김수환 추기경이 '시골에서 상경한 사람들이 서울 변두리 판자촌에 살고 있다'며 갈 만한 곳을 뽑아주셨어요. 판자촌을 돌아다니다가 이곳이 가장 도움이 시급한 것 같아서 왔지요."

 

1975년 2월, 슬레이트 지붕의 전진상 의원이 설립됐다. 판자촌에

정착한 이들은 개원 직후 먹을 쌀이 없어 쌀집에서 외상으로 쌀을 꾸고 겨우 마련한 만원짜리 지폐를 키우던 개가 절반가량 먹어치워 개똥을 헤쳐보기도 했다."생전 처음 보는 외국인이 외상을 달라고 하니

쌀집 주인은 얼마나 황당했겠어요. 개똥에서 아무것도 찾지 못해

결국 남아있는 지폐 절반을 들고 한국은행에 찾아가 5000원을 돌려받았어요. 처음 7년간은 보건소에서 일주일에 2번씩 식수를

받아 썼고, 푸세식 화장실은 나무판이 부서질까 봐 무서웠죠.

쥐는 또 얼마나 많았는지. 하하."

 

1981년 중앙대 의과대학에 입학한 배 원장은 1985년 가정의학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했다. 주말에만 방문하는 의사만으로 결핵

환자와 수시로 발생하는 응급 상황을 해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누군가 의대를 가야겠다고 하다가 제가 가게 된 것"이라며

"학비는 서울국제여성협회(SIWA)에서, 약은 독일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아버지께 지원받았다"고 말했다. 1990년에는

현재의 벽돌 건물을 세워 번듯한 의원의 모습을 갖췄다.

배 원장은 한 달에 외래환자900여명을 진료하고,

38년 동안 39만명에게 의료 혜택을 베풀었다.

 

전진상 의원은 환자가 의사를 만나기 전에 사회사업가를 먼저

만나 가계도를 그리고 가정환경 상담을 하도록 한다.

허리가 아프다며 온 환자가 정신병을 앓는 아들을 둔 엄마라면

그 아들도 함께 등록시켜 치료받게 하는 식이다.

"그 환자의 허리를 고쳐주는 것뿐 아니라, 아들 걱정하지 않고

일할 수 있게 해 경제적 자립을 돕는 거죠." 전진상 의원이

'의료 사업'이 아닌 '의료 사회사업'을한다고 말하는 이유다.

상주 의사 2명을 포함한 직원 24명 외에도 대학병원 전문의 등

50명에 달하는 자문의가 있다. 내과·산부인과 등 13개 과목을

진료하고 15년 전부터는 가정 호스피스를, 2008년부터는

입주 호스피스 병동을 운영하고 있다.

 

목요일에는 배 원장이 직접 왕진을 나간다. 지난 18일에도 중풍·심장병·루게릭병을 앓는 환자들의 집을 방문했다.

그는 "물질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하루에 10명 이상 진료할 수 없는

왕진이 비현실적으로 보이겠지만 환자들은 의사의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 '나를 포기한 게 아니구나'라고 안심한다"며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것만으로 환자의 병세가 달라질

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직접 왕진을 간다"고 말했다.

 

판자촌이 주택으로 바뀌고, 물과 전기가 끊길 걱정도 없지만

배 원장은 "지금, 마음이 더 안 좋다"며 "그때는 가난해도 희망이

있었는데 지금은 가난한 사람들이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빙빙 도는 것 같다"고 말했다. 매일 경제적으로 힘들고,

아픈 사람들을 보는 것이 힘들지는 않을까? "몇 개월을 지켜봐도

병세가 나아지지 않는 환자들이 있어요. 그럼 너무 허탈하죠.

집에 들어가면 맥주 생각이 나기도 하고요."

 

그래도 환자들 때문에 다시 힘을 얻고 산다는 그다.

"오늘은 감사하다며 꽃을 들고 오신 분이 있었고,

지난주에는 고추장과 된장을 받았어요.

감자나 고구마를 들고 오는 분들도 있고요. 낼 수 있는 만큼

돈을 내되 돈이 없다고 치료를 중단하진 않아요.

환자들은 제게 정말 '대단하다'라고

생각되는 것들을 주신답니다."

 

출처: waple chosun.com./waple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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