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哈爾濱)역 역사(驛舍) 건물 밖에서
유리창 너머로 안중근(安重根) 의사가 을사늑약의 주범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저격했던 플랫폼이 살짝 보였다.
안 의사는 1909년 10월 26일 이곳에서 거사(擧事)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8일 시진핑 국가주석을 만나 이 역사 현장에
"안 의사 기념비를 설치하자"고 제안했다. 시 주석도 이해를
표시하며 관련 기관에 검토를 지시했다.
현재 하얼빈역 플랫폼에는 안 의사 의거 현장이 표시돼 있다.
그러나 현장을 찾는 건 쉽지 않았다. 1일 오전 도착해 플랫폼에
들어가는 데만 2시간이 걸렸다. 중국인은 역사 1층에서 1위안(180원)
짜리 입장권을 끊고 곧바로 들어갔지만, 한국인은 반드시
열차표를 사야 했다.
당일 열차표를 파는 2층으로 올라갔더니, 평일인데도 20m
이상 줄을 섰다.50여분을 기다려 가장 가까운 이웃 역인
솽청푸(雙城堡)로 가는 입석표를 11위안(2000원)에 구입했다.
간신히 플랫폼에 들어갔는데 의거 장소 표시를 찾는 것도 어려웠다.
플랫폼에는 한국어는커녕 중국어 안내판도 없었다.
바닥만 내려다보고 두 번 왕복했으나 허탕이었다.
역무원의 안내를 받아서야 1번 플랫폼에 저격 현장은 삼각형(▷)이
들어간 타일로, 피격 현장은 마름모형(◇)이 들어간 타일로 표시해
놓은 장소를 발견했다. 삼각형(▷) 표시가 총탄이 날아간 방향을
알려주고 있었다. 이토가 쓰러진 장소(◇)까지 6m쯤 떨어져 있었다.
하지만 삼·사각형 표시와 바닥 색깔이 비슷해 누가
알려주기 전에는 그냥 지나치기 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