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저수지들은 큰비가 내릴 때 종종 무너졌다.
지난 6년간 작은 저수지 10곳이 우기인 7~9월에 무너졌다.
2002년 8월 태풍 루사가 왔을 땐 강릉 장현저수지가 붕괴돼
민가 50여 채를 쓸어갔다. 1998년 한 해에 저수지 40곳이
무너지기도 했다. 1961년엔 4시간 폭우에 남원 효기저수지가
무너져 57명이 사망했다. 이 저수지들이 붕괴된 방식은 유사했다.
큰비로 저수지에 가득 찬 물이 흙으로 만들어진 제방 위로
세차게 넘쳐흐르면서 흙도 같이 쓸고 가다가
결국 제방을 무너뜨린 것이다.
그러나 지난 4월 12일 경주시 안강읍 산대마을을 쑥밭으로
만든 산대저수지 붕괴 사건은 양상이 좀 달라 불길하다.
비도 오지 않은 맑은 날에 저수지 둑이 무너진 것으로,
무척 희귀한 현상이다. 전국 저수지 제방에 대한
경고음이 울린 것으로 봐야 한다.
실제로 산대저수지보다 상태가 나빠 보이는 저수지들은 많다.
산대저수지는 49년 전 건설된 후 한 번도 보수공사를 받지 않았다.
전국 저수지 1만7505개 중 1만1790개(67%)가 산대저수지보다
더 오래전에 만들어졌고,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 저수지를
점검하고 약해진 둑을 개·보수하기 위해 농어촌공사와 시(市)·군(郡)이
쓰는 돈은 1년에 6400억원 정도다. 이 돈으로 매년 평균 70개
저수지에서 보강공사를 한다. 저수지당 246년에 한 번씩 공사
순서가 돌아오는 셈이다. 더구나 급속한 도시화로 저수지 아래가
주택가나 아파트촌인 지역도 많아졌다.
그래서 "저수지는 시한폭탄"이라고
말하는 재해 전문가도 있다.
산대저수지 붕괴 후 달라진 점은 별로 없다.
농림부가 저수지 보강공사에 속도를 내기 위해 예산 300억원을
추가로 요청했을 뿐이다. 이 정도로는 어림도 없다.
저수지 전체를 긴급 점검하고, 농업 효용이 떨어진 저수지는 폐쇄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국회의원과 지자체장들의 정치생명을
지역 저수지 안전에 걸도록 해서라도
이 물폭탄들을 빨리 정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