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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 내 (Gaenea)
농암(籠巖)최낙인 시인방(1.2 시집)

산 수 유 /籠巖 최낙인

by joolychoi 2013. 4. 2.

 

 

 

 

 

 
 
산 수 유 /籠巖 최낙인  

 

아득한 그 옛날

망국도 서러운데 정인마저 잃었다.

행여 그녀 소식 들으려나 백제 유민은

신라방 골목길 누비며 백발로 늙어갔다.

 

북망산이 가까이 다가온 어느 날

동녘 바람결에 한 가닥 소식이 전해왔다

서러움 안고 살아온 그 애틋한 정념은

활화산처럼 연신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그리하여 산동 반도 한 소녀는

아비가 쥐어주는 묘목 한그르 들고

다향 넘쳐흐르는 지리산 자락

정인네 집 아들에게 시집을 갔었다.

 

정년 사랑은 시공을 넘어서는 것인가

사랑은 그렇게도 목마른 애태움인가

노란 산수유로 뒤덮인 산동 마을은

이 봄도 천년 사랑이 또 꽃을 피웠다

 

하 세월 오늘은 그님 만나려나 꽃잎은

남녘 강바람에 하늘로 치솟아 오르고

북녘 산바람에 실개천 휘돌아 흐른다

그대는 불멸의 정인, 가슴 아픈 사랑이여!

 

 

--최낙인시집<“엉겅퀴”제1부自然>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