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조어, 개방형 한국어 지식 대사전 '우리말샘'에 수록
(서울=연합뉴스) 황윤정 기자 = '트통령'이라는 말이 있다.
트위터상에서 대통령처럼 큰 인기가 있는 사람을 이르는 신조어다.
'펭귄부부'는 무슨 뜻일까? 펭귄 암수 한 쌍을 가리키는 말일까?
정답은 '식생활, 외식, 여가 등 가족의 생활 방식을
모두 어린 자녀에 맞추는 부부'다.
국립국어원(원장 민현식)은 2011년 7월 1일부터
2012년 6월 30일까지 한 해 동안 일간지와 인터넷 매체 등
139개 매체에서 사용한 신조어를 정리해
'2012년 신어 기초 자료' 보고서를 펴냈다.
신조어는 사회를 반영하는 거울이다.
새로운 세태를 반영하는 말로는 '손주병'
(맞벌이하는 자녀를 대신해 조부모가 손자, 손녀를
돌봐주며 생기는 정신적, 건강상의 문제점)
'런치 투어족'(점심시간에 식사하지 않고 공부,
운동 등 개인적 볼일을 보는 직장인)
'힐링 열풍'(몸과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
열중하는 풍조) 등이 눈길을 끈다.
'신캥거루족'(경제적으로 자립했지만 독립하지 않고
부모에게 집값을 내고 부모와 함께 사는 자녀)
'찰러리맨'(취업 후에도 부모에게 심적, 물질적으로
기대어 사는 사람) '나오머족'(not old multiplayer,
안정적인 경제력을 바탕으로 여러 분야에 대한 지식과
능력을 갖춘 30-40대 여성) '성형국'
(성형을 많이 하는 나라를 이르는 말)이라는
신조어도 나왔다.
'등골 백팩'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큰 부담이 될 만큼 비싼 책가방)
'대전동 아빠'
(자식의 교육을 위해 서울 대치동에 전세를 얻는 아빠)
'에듀푸어'
(과다한 교육비 지출로 가난해져 살기 어려운 사람)는
지나친 교육열을 보여주는 신조어다.
취업·구직난, 경제난이 만들어낸 신조어도 많다.
'삼포시대'(三抛時代)는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아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시대를 뜻한다.
'알바추노'는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아무 말도 없이
연락을 안 하거나 도망가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타조세대'는 맹수로부터 위협을
받으면 땅속에 머리를 파묻는 타조에 빗대어
노후에 대한 불안이 있지만 대책이 없는 세대를 뜻한다.
'직따'(직장 내에서 동료를 따돌리는 일)
'월급 루팡'(하는 일 없이 월급만 축내는 직원)은
직장 문화를 반영하는 신조어다.
인터넷, 스마트폰의 발달과 함께 '트통령' 등
디지털 신조어도 쏟아져 나왔다.
'스마트폰 계급'(스마트폰의 기종을 성능에 따라 나눈 계급)
'SNS피로증후군'
(SNS의 과다한 이용으로 인해 발생하는 피로감)
'스마트폰 노안'
(머리를 숙인 상태로 스마트폰의 화면을 오래 봄으로
인해 입 주위가 처져 늙어보이는 증상)
'디지털 단식'
(디지털 매체를 의도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일) 등이 있다.
트위터 메시지를 연구하는 '트위터롤로지',
다른 사람의 스마트폰을 훔쳐 달아나는
'스마트폰 치기'라는 말도 등장했다.
단어에 '∼남/∼녀'를 붙이는 방식으로
만들어진 신조어는 무수히 많다.
'돌직구남/돌직구녀'
(상대방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직설적으로 말하거나 행동하는 남녀)
'가싶남'
(가지고 싶을 정도로 매력이 있거나 잘생긴 남성)
'간장녀'
(실속형 소비를 하는 여성)
'생강녀'
(생활력이 강한 여성)
'김치녀'
(한국 남성이 한국 여성을 비하해 이르는 말)
'능청남
'(능력있고 청소도 잘하는 남성)
'동굴남'
(집안에서 나오지 않고 생활하는 남성)
'신생아남/신생아녀'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스스로 아무것도 못하는 남녀)
'운도남/운도녀'
(운동화를 신고 출퇴근하는 도시 남녀) 등이 있다.
'게임앓이'
(게임을 매우 좋아해서 게임으로 인해 괴로워하는 일)
'아들앓이'
(아들을 매우 좋아해서 아들을 보지 못하거나
만나지 못하면 괴로워하는 일) 등 '∼앓이'라는 말도 유행했다.
이성 친구를 한 번도 사귀어 본 적이 없는
사람을 가리키는 '모태 솔로'의 줄임말인
'모솔' '꿀보직'
(상대적으로 편하고 안전한 일을 하는 보직)
'모두까기 인형'
(모든 것을 비판적인 태도로 평가하는 사람)
'팬 조공'
(팬들이 연예인에게 음식이나 선물을 주는 것)
'처월드'(처갓집) '애국팔이'
(애국심에 호소하는 것)
'허니문푸어'
(과다한 결혼비용 지출로 가난해져 살기 어려운 사람)
등도 눈길을 끈다.
신조어 중 일부는 국립국어원이 오는 10월
정식 공개하는 개방형 한국어 지식 대사전인
'우리말샘'에 실릴 예정이다.
우리말샘은 위키피디아 형식의 온라인 국어대사전으로,
사용자가 직접 단어를 올리거나 의견을 남길 수 있다.
기존의 '표준 국어대사전'에 수록된 50만 어휘에 전문용어(34만개),
방언(9만개), 신조어·생활용어(7만개)를
추가해 총 100만 어휘가 수록될 예정이다.
이승재 국립국어원 언어정보팀장은
"조사 수집한 신조어 가운데 많이 사용하고
너무 저속하지 않은 표현을 위주로 실을 것"이라고 말했다.
yunzhen@yna.co.kr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