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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웅산테러 30주기,그날 그곳에 추모비…韓·미얀마 이젠 '동반자-국제/Life

by joolychoi 2013. 3. 8.

 

 

 

 

 

지난해 방영된 SBS'시티헌터'는 첫장면은 아웅산 테러였다.

 
  아웅산테러 30주기, 그날 그곳에 추모비…
韓·미얀마 이젠 '동반자'  

이용수 기자이하원 기자 최현묵 기자

입력 : 2013.03.05 03:01 | 수정 : 2013.03.05 04:23

미얀마 聖所 아웅산 묘지에… 10월 9일 추모비 세운다

-미얀마, 부지 260㎡ 내줘인구 6000만명, 천연자원 부국,

경제개발 모델로 한국 주시… "양국 협력강화 디딤돌로도"

 

4일 아웅산 순국 사절 추모비 건립위원회가 출범함에 따라 1983년

미얀마(당시 버마) 아웅산 테러 희생자들을 기리는 추모 시설

건립 사업이 본격화할 전망이다.추모비 건립이 예정대로 진행되면

당시 희생자 17명의 유가족은 사건 발생 30주기가 되는

올해 10월 9일에는 테러 현장인 아웅산 국립묘지에서

추모 행사를 열 수 있게 된다. 이뿐만 아니라 추모비 건립은

동남아시아에서 전략적으로 중요한 국가로 떠오르고 있는

미얀마와 관계를 더욱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얀마 정부의 '통 큰' 결정

 

미얀마 정부가 자국 영토 내에 아웅산 테러 추모 시설 건립을

허용하는 것은 최근까지만 해도 상상할 수 없던 일이다.

미얀마는 자국을 방문 중이던 외국 사절이 북한의 테러로 숨진 사실을

수치스러운 역사로 여겨서 우리 정부의 제안이 내키지 않았다.

 

더욱이 미얀마의 독립 영웅인 아웅산과 그의 동료를 추모하는 아웅산

국립묘지는 미얀마엔 성소(聖所)와 같은 곳이다. 평소엔 일반 국민에게

개방되지 않으며 특별한 행사가 있을 때만 제한적으로 추모객을 받는다.

이런 곳에 다른 나라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 시설을 세운다는 것은

미얀마 측으로선 껄끄러운 일이었다.

 

이 때문에 본지가 작년 5월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미얀마 국빈 방문을

계기로 순국 사절 추모비 건립을 제안했을 때만 해도 외교가에선

성사 가능성을 낮게 봤다.하지만 미얀마 정부는 작년 10월

테인 세인 대통령 방한을 계기로 아웅산 국립묘지 주변에 추모비 건립을

허용한다는 원칙을 정했다. 이어서 지난 1월 묘지 내 경호동의

부지 일부를 건립 부지(260㎡·78평)로 내주기로 결정했다.

미얀마 정부는 조만간 외교부 장관이 참석하는 외교정책조정회의

(FAPC)에서 구체적인 계획을 확정할 예정이다.

지난해 12월 미얀마 아웅산 국립묘지의 경비대원이 북한의 테러로 희생된 순국 사절 추모비가
세워질 공간을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다. 추모비 건립 공간은‘아웅산 테러’가 발생한
곳으로부터 약 50m 떨어진 경호동 앞에 있다. /이하원 기자

추모비 건립 부지는 묘지 내에 있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또 미얀마 최대 불교 유적지인 '쉐다곤 파고다'의 북문(北門)

으로부터 100여m 떨어져 있다. 쉐다곤 파고다는 미얀마를

대표하는 불교 건축물로 아시아에서는

가장 큰 불교 성지로 꼽힌다.

 

◇"추모비 계기로 양국관계 거듭나야"

 

미얀마 정부의 '통 큰' 협조에 외교가에선 "2010년부터 본격화한

미얀마의 실용주의·민주화 노선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1962년 쿠데타로 집권한 미얀마 군부는 2010년 11월 민주적

총선을 실시한 데 이어 '미얀마 민주화 운동의 꽃'으로 불리는

아웅산 수지 여사에 대한 가택연금(15년)도 해제했다.

정치범을 대거 석방했고 집회와 시위를 허용하는 법안도

통과시켰다. 외교 소식통은 "이번에 세우는 추모비는 단순히

추모 기능에 국한하지 말고 동남아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는 미얀마와 관계를 강화하는 디딤돌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6000만명의 미얀마는 천연가스, 원유, 철광석, 희토류 등

천연자원이 풍부하다. 국제 제재가 해제되면 발전 가능성이

큰 나라로 평가받는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재선에 성공한 직후, 미얀마를 방문해 양국 관계 개선과

협력을 약속했다. 특히 미얀마 정부는 민주화와 경제개발의

모델 국가로 한국을 주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얀마 주요

방송사들이 한국 드라마를 경쟁적으로 편성하는 등

한류(韓流) 붐도 크게 일고 있다.

 

작년 5월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한국 대통령으로선 29년 만에

처음으로 아웅산 테러 현장을 찾아 참배하려 했지만 아무런

표지가 없어 공터에 조화(弔花)를 놓은 채 묵념해야 했다.

 

[故서석준 부총리 부인 유수경씨] "순국사절 잊지 않고 기억해줘 감사"


 

 

1983년 아웅산 테러 현장에서 순국한 고(故) 서석준 부총리의

부인 유수경<사진> 국민대 명예교수는 4일 “시간이 많이

흘렀는데도 잊지 않고 추모비를 건립하려는 것을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웅산 테러로 희생된 순국 사절의 유족 대표로 건립위원회에

참여한 유 교수는 “그동안 유가족들이 모이면‘추모비를

만들어야 하지 않나’ 하는 이야기를 주고받았는데 이제 실행되게

됐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아웅산 테러로 숨진 순국 사절의

유가족을 돕기 위해 설립한 세종재단의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유 교수는 건립위원회 운영 방안과 관련,“아웅산 테러로 숨진

분들은 공무 중에 해외에서 순국하신 분들”이라며

“성금 모금도 좋지만, 나라를 대표해서 활동하다가

해외 출장 중에 숨졌으므로 정부에서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신경을 써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추모비 설립이 단순한 추모 행사에 그치지 말고

젊은 세대에게 국가의 소중함과 애국의 중요성을 교육하는

계기가 되기를 소망했다. “오는 10월 추모비가 완공된

후에는 미얀마를 방문하는 한국인이 이곳을 많이 찾아서

30년 전 순국하신 이들의 희생을 기억했으면 좋겠어요.”

 

유 교수는 “추모비 건립이 잘 마무리되도록 애정을 갖고

추진하면 유족들에게는 위안이 될 것 같다”고 했다.

 

[권철현 추모비건립위 위원장]

"10월까지 완공하려면 정부·국민 관심 필요"

 

 

“아웅산 순국 사절 추모비 건립은 국가를 위해 일하다가

순직하신 분들에 대해 국가가 끝까지 책임을 진다는 마음가짐을

표시하는 일입니다. 순국 사절들의 유가족이 테러 30년 만에

분향·추모할 수 있는 공간을 갖게 된다는 것도 큰 의미가 있습니다.”

 

4일 발족한 아웅산 순국 사절 추모비 건립위원장을 맡은 권철현

<사진> 세종재단 이사장은 “아웅산 폭탄 테러 당시 전두환

대통령을 수행한 경제인들이 중심이 돼 유족을 돌보고

통일·외교·안보 분야 연구도 하자는 취지로 설립한 것이

세종재단”이라며“아웅산 테러 30주년을 맞이해서 뭔가

 뜻있는 일을 해야겠다고생각하고 있었다”고 했다.

 

그는 “아웅산 테러가 비극의 기억에만 머무르지 않는다면

그분들의 희생이 평화와 통일, 번영의 꽃으로 승화될 것”

이라며 “이 추모비를 세움으로써 그런 계기를 마음속에

새기고자 한다”고 말했다.

 

권 이사장은 10월 9일까지 추모비를 건립하려면 정부와 국민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이 아웅산 테러 사건에

대한 재인식을 토대로 미래를 지향한다는 의미에서 국가 예산

외에도 성금을 모으는 것이 좋지 않으냐는 의견도 있다”고 말했다.

 

[이기백 추모비건립위 고문]

"北 만행 알리는 안보교육 계기로 삼자"

 

 

4일 아웅산 순국 사절 추모비 건립위원회 고문에 위촉된 이기백

<사진> 전 국방장관은 본지 인터뷰에서 “북한이 저지른 아웅산

테러 사건이 어떻게 일어났는지를 잘 모르는 젊은 세대를

교육하는 차원에서도 추모비 건립은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1983년 10월 9일 북한의 폭탄 테러 당시 합참의장이던 그는 공식

수행원 중에서는 유일한 생존자다. 그는 “조선일보가 추모비

건립에 나선다는 보도를 접하고 자원봉사라도 하려 했다”며

“나이가 많아서 큰 힘은 못 되겠지만, 다른 위원들을 도와

추모비 건립이 국민운동이 되는 데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조선일보가 지난해 추모비 건립을 제안할 때까지 아웅산 테러

사건은 국민의 뇌리에서 잊혀왔다. 이 전 장관은 “학교에서

이 내용을 자세히 배우는 것도 아니고, 누구 하나 나서서

이슈화하지도 않았으니까 국민 대부분이 (아웅산 테러를)

망각한 게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 모른다”며

“나라를 위해 일하다 순국하신 분들의 명복을 비는 추모비를

늦게나마 건립하는 것은 매우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는 추모비 건립을 위한 준비 과정이 우리의

안보 의식을 높이는 계기가 되길 기대했다.

 

☞아웅산 테러

 

북한은 1983년 당시 미얀마를 방문 중이던 전두환 대통령을

겨냥해 아웅산 국립묘지에서 폭탄 테러를 일으켰다.

이 테러로 서석준 부총리와 이범석 외무부 장관 등

17명이 사망했다.

 

출처: waple chosun.com./waple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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