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사퇴는 전적으로 현 정치적 상황에 대한 실망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취지였다. 청와대 관계자들도 '한국 정치 문화에 대한
환멸'을 그의 사퇴의 가장 중요한 이유로 꼽았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세계에서 가장 앞서간다는 나라에서
모든 것을 포기하고 고국에 돌아왔는데, 모든 일이 정치적
시각에서 왜곡되고 일도 진행되지 않는 것을 보고
상당한 좌절감을 느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가족의 반대
김 전 후보자의 한 지인은 "사퇴를 고민한 것이 1주일 정도 됐다"며
"특히 부인이나 가족으로부터 '뭐 하러 이런 모욕을 받으면서 장관을
하려 하느냐'는 반대가 많아지면서 고민이 깊었다"고 말했다.
김 전 후보자에 대해서는 그동안 각종 의혹이 제기됐다.
그러나 본인은 이런 의혹들에 대해 한 가지도
납득할 수 없다고 한다.
이 지인은 "명확한 증거가 있는 것도 아니고, 공적인 일과 관련도
없고, 불법도 아닌 프라이버시(개인사)와 관련된 문제들이 계속
공개되는 것에 대해 미국적 사고를 가진 그는 이해하지 못했다"면서
"거기에다 정부조직법이 늦어지면서 이런 시간이 더 길어질 것에
대해 우려했다"고 전했다. 또 "그는 일할 자리가 제대로 정해지지도
않은 상황에서 자신이 들어온 것이란 것을 알고 상당히
당혹스러워했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들도 "가족으로부터 '왜 고국에서 이런 말까지 들어야
하느냐'는 근본적인 반대가 많았다고 한다"면서 "이런 주변의 반대
속에 심적인 고통을 점점 크게 느끼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강하게 만류했지만 이미 본인의 마음
상태가 돌이킬 수 없는 정도로 진행됐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검증·청문회에 대한 부담
김 전 후보자와 가족은 또 한국의 인사청문회 과정을 상당히
부담스러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후보자에 대해선 처음에는
'이중국적' 'CIA와의 협력 관계' 등이 문제가 됐다. 김 전 후보자도
여기까지는 대응도 하고 어느 정도 이해를 했었다고 한다.
그러나 "IMF 때 한국의 어려움을 이용해 100억원대 부동산 투기를
했다" "부인 소유 건물에 유흥주점이 있는데 그곳에서 성매매도
이뤄졌다" "장관 지명 사실을 이용해 처남 회사가 신주를 발행해
큰 시세 차익을 얻었다"는 등의 의혹이 제기되면서 괴로워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후보자의 지인은 "야권(野圈)과
인터넷에서 사실이아닌 것을 들고 나오거나 본인 의도와는
전혀 다르게 사실을 왜곡해서 전파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고 전했다.
더구나 아직 김 전 후보자는 다른 장관 후보자와는 달리 재산내역등
인사 청문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상태다. 미래부가 아직 법적으로
만들어지지 않아 인사 청문 절차가 시작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태에서 야당과 언론에는 그가 미국에 있을 때 했던 각종
일에 대한 제보가 이어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인터넷에서도 여러 가지 김 후보자에 대해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퍼지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인터넷상에 나도는 루머 수준의 얘기들
때문에 또 다른 희생자가 생긴 측면도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김종훈 전 후보 회견 주요 내용]
국가의 운명과 국민의 미래가 걸린 중대한 시점에서 국회가
움직이지 않고 미래부를 둘러싼 정부 조직 개편안 논란과 여러
혼란 상황을 보면서 조국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려고 했던
저의 꿈도 산산조각이 났다. 대통령 명령조차 거부하는 야당과
정치권의 난맥상을 지켜보면서 제가 조국을 위해 헌신하고자
하는 마음을 지켜내기 어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