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후 경남 김해시 한 카페에서 지난해 학교 폭력 피해자였던 동생을 돕기 위해 노력했던 유서현(가명) 학생이 심경을 밝히고 있다. 유양은 지난해 교육과학기술부 주최로 열렸던‘필(必)통(通)톡(Talk)’행사 무대에 올라 이주호 교과부 장관(맨 왼쪽) 앞에서 동생의 학교 폭력 피해 사실을 눈물로 호소했다(아래). /남강호 기자 학교에서 '하지 말라'고 말린 행동을 동생을 위해 감행했지만
유양 혼자 감당하기엔 험난한 세상이었다. 특히 유양이 토론회때
"장관님 만나러 가겠다고 했더니 학교에서 '마음은 이해하지만
행동으로 옮기면 퇴학당할 수 있다'고 했다"고 말한 것이
논란이 됐다. 이 발언이 보도된 뒤 학교는
"그런 말 한 적 없다"고 해명했다.
"학교는 제 동생이 폭력을 당했다는 본질적인 문제보다 오로지
(저의 행동이) 언론에 보도됐다는 사실에 신경을 쓰는 것 같았어요.
제 생각엔 학교 폭력 피해 학생과 가족의 마음을 헤아리고,
문제를 해결하는 게 학교의 일인데 그보다 본인들이
편안하고 싶어하는 것 같았어요."
유양은 "친구들조차 (퇴학 발언과 관련해) 제 말을 믿지 않는 것
같아서 그들과 같은 공간(학교)에 있기가 너무 힘들었다"고 했다.
"몇몇 친구들은 저를 불러내 '왜 하필 교복을 입고 가서 학교
명예를 실추시켰느냐'고 했어요. 친구들과 멀어지고 (학교에 대한)
신뢰도 무너졌어요." 유양은 고민을 거듭하다 결국 졸업을 반년
앞두고 자퇴를 선택했다. 학교 폭력을 세상에 알리려 했던
학생이 이 일을 계기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아
4개월 만에 학교를 그만둔 것이다.
유양 동생은 또래보다 키가 작아 초등학교 때부터 괴롭힘을 당했다.
작년 4월엔 동급생에게 맞아 피를 흘리며 기절했다. 유양의 가족은
작년 초 동생 학교에서 '학교 폭력은 무관용이고, 방관자도 처벌한다'
는 안내문을 받았다. 희망을 가졌지만 현실은 달랐다. 학교는 명확한
처리보다 원만한 합의를 권했다. 가해 학생은 "일방적으로 때린 게
아니라 나도 맞았다"면서 동생을 고발했다. 유양은 "이건 아니라는
생각에 토론회에 나갔다"고 했다. 자퇴할 때까지 넉 달간
유양은 집에 머물며 여러 번 앓았다.
"학교 폭력으로 목숨을 끊은 아이들 기사를 읽고 많이 울었어요.
대구 중학생이 자살하기 전에 엘리베이터에서 혼자 흐느끼는
사진을 봤어요. 세상엔 혼자 괴로워하는 아이들이 많을 거예요."
동생 일을 겪으면서 유양에겐 새로운 꿈이 생겼다.
유양은 "학교 폭력 피해자들을 대변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오는 8월 검정고시를 치르고
이후 수능을 볼 생각이다.
"동생이 학교에 잘 다니고 있어요. 아직 '절친'은 없는 것 같지만
집에 와서 학교에서 친구와 탁구 친 이야기도 하고, 웃겼던 일도
이야기해요.동생이 '나 때문에 자퇴했다'고 미안해하길래 '
니 때메 관둔 거 아이다. 미안해하지 마라' 했어요."
유양이 자퇴한 학교 교감은 "기사 때문에 학교가 정말 골치 아팠다"
면서 "어찌 됐건 학교에서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받아주려
했는데, 학생이 너무 힘들어하다가 자퇴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