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역대 대통령의 공약 이행률에 대한 객관적 자료는 없지만
미국보다 훨씬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작년 국정감사 때 어느 민주당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의 주요 공약 이행률은 27.4%에 불과하다"
고 주장했다. 임기 막판까지 '대못'을 박겠다고 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
역시 공약 이행 성적표는 낙제점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대통령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 이유는 뭘까. 대선 공약에 대한 미국의
연구를 보면 전쟁 같은 돌발 사태가 터지거나 의회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어쩔 수 없이 공약을 파기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공약 불이행을 무조건 비판할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아버지 부시
전(前) 대통령이 "증세(增稅)는 절대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어겼다가
재선(再選)에 실패한 것은 매우 예외적인 사례라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대통령의 공약 이행률을 떨어뜨리는 더 중요한
요인이 있다. 바로 '제왕적 대통령'에 대한 환상이다.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을 역임한 김병준 교수는
"대통령에 대한 요구나 기대가 실제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일의
범위를 넘어서기 때문에 대통령은 집권과 동시에 지지도가
하락하게 돼있다"고 말했다.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권력을
행사했던 권위주의 시대의 대통령 이미지가 아직도
강하게 남아 있어 국민의 요구 수준은 지나치게 높고,
대선 후보들은지키지 못할 약속을 쏟아내고 있다.
그래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국민과 한 약속을 반드시
지키겠다"고 거듭 다짐하는 데 대해 "과연 가능할까"라는
의문이 든다. 약속을 반드시 지키려면 먼저 지킬 수 있는
약속만 했어야 한다. 박 당선인은 그렇다고 확신하는 듯하다.
"공약을 발표할 때 그것을 만든 분들이 피곤할 정도로 따지고
또 따졌다"며 공약의 완성도에 대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당선인이 한밤중에도 관계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공약
세부 사항을 하나하나 확인하고 챙겼다는 증언도 많다.
한편에선 다른 이야기도 들린다. 대선 캠프에 참여했던 한 외부
전문가는 "실무 작업 과정에서 문제를 제기했다가 '그러다 선거에서
지면 당신이 책임질 거냐'는 말에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무리한 공약에 대해 가정(假定)을 바꿔 실현 가능한 약속으로 포장한
사례도 있다고 한다. 당선인이 보고받은 만큼 공약이 완벽한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여야 가릴 것 없이 누가 대선 후보로
나섰어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국민의 정치 불신을 해소한다는 측면에서 박근혜 당선인의 공약
실천 의지는 충분히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약속을 100% 다
지키겠다는 것은 누가 봐도 무리다. 오히려 당선인과 정부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부작용을 남길 위험만 커질 수 있다.
개별 공약을 다 이행하는 것보다 국민 행복과 경제 부흥의
더 큰 목표를 이루는 게 중요하다. 대통령에 대한 역사적
평가의 기준은 공약 이행률이 아니라 정책의 성과와
실적이다. '약속 지킨 대통령'이 반드시
'성공한 대통령'으로 기록되는 것은 아니다
출처: /waple club-issue
blog.choseu.com/waple cl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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