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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 내 (Gaenea)
혜원(惠園)박영배 시인방(제2.3시집)

와룡골 윤씨 / 惠園 박영배

by joolychoi 2012. 3. 22.

와룡골 윤씨 / 惠園 박영배 젊어서 통 큰 것 한 번 했음 직한 윤씨 그 작은 가슴에 꼬깃꼬깃 숨겨 논 사연은 팔순 엄니도 다 헤아리지 못했다 어려선 머리 좋고 공부 잘한 효자가 이틀이 멀다 않고 가슴에 불을 지름며 비틀거린 지 이십여 년 낼 모래 이순耳順이 되도록 사랑은 모르고 여자는 아는바 없고

결혼은 쓸데없는 부르조아라고 했다 일찍이 홀로 된 팔자가 서러워 자식과 금을 긋고 뒷산에 목을 매달고 싶어도 차마 눈을 못 감는 엄니, 엄니 때문에 장가 안 간다는 풋살구 같은 소리를 하는 아들에게 욕을 한바가지 쳐 발라 줬다 취기가 오르면 허공을 향해 恨을 쏟아붓는 그곳엔 보이지 않는 또 다른 세상이 있는 것일까 멋대로 가는 세상이 싫어졌거나 허구에 찬 현실이 귀찮았거나 아무튼 인정이 넘치다 보니 윤 씨 것은 먼저 본 놈이 임자라고, 누구든 비위를 살살 맞추면 간肝을 쓰윽 빼서 주는 바보 "행님" 하고 혀 꼬부진 소리 "이 사람아 아침부터 취하면 어떻게 하나 자네가 있어야 농장에 물이 펑펑 내려온단 말여," 어젯밤 넘어져서 퉁퉁 부은 얼굴에 해벌쭉 미소가 돈다

-박영배제3시집 <그리움은 별빛이다>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