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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 내 (Gaenea)
혜원(惠園)박영배 시인방(제2.3시집)

막차를 기다리며 / 惠園 박영배

by joolychoi 2012. 2. 3.

 

 

 

 

 
 
  막차를 기다리며/惠園 박영배 
 
 
산을 내려와 집으로 갑니다
어둠이 깔리면서 길게 뻗어진 아스팔트길에 
이젠 지나다니는 사람도 보이지 않습니다
이곳저곳에서 밥 짓는 연기가 올라오고
찬바람이 윙윙거리는 정류장에 나 혼자 있습니다
 
뿌연 하늘에 눈이라도 내릴 것 같은 오늘은
여름 동안 그 푸르던 잎줄기를 걷어서 불을 태우고
만신창이가 된 코스모스 씨를 받았습니다.
가을인지 겨울인지 분간도 안 된 풀잎 속에
듬성듬성 고들빼기가 보였습니다
 
막차가 들어옵니다
이곳에서 농사일로 허리가 다 굽은 어머니들이
무거운 보따리를 움켜지고 내립니다
아버지들은 북망산으로 떠나시고
어머니들만 노잣돈 같은 짐 꾸러미를 안고 가십니다
 
산다는 것은 가을인지 겨울인지 분간할 수 없는
모진 명줄을 안고 철없이 피어난 꽃잎 같은 것
어수선한 뒤끝은 늘 엄숙하게 다가오고
나는 그때마다 말 못한 가슴앓이를 하다가
만신창이가 된 채 막차를 타곤 합니다.
 
--박영배 제3시집
<그리움은 별빛이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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