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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기쁨에서 고통으로] 아내, 칼퇴근해서 해고 당해

by joolychoi 2011. 7. 7.

 

 

 

[육아, 기쁨에서 고통으로] 아내, 칼퇴근해서 해고 당해… 남편은 두아이 키우려 승진 포기

[1] 직장·꿈 포기하는 젊은 부모들
베이비시터 못 구해서… 아들 둘이라 하면 면접도 안와
두 아이 데리고 두시간 걸려 출근, 고객사 미팅 들어갈 땐 동료 직원들이 애들 봐줘
육아 이산가족 - 큰딸은 시댁, 둘째는 친정에
한두 달에 한번 가족 상봉땐 엄마 독차지하려고 다퉈
같이 커야 남매간 情 쌓이는데…

세 살, 다섯 살 두 아들을 둔 공무원 정진규(가명·41·서울 마포구)씨는 승진을 포기한 상태다. IT(정보통신)업체에 다니며 밤 10시가 넘어야 퇴근하는 아내 대신 두 아들을 맡기로 선택하면서 직장 일에 전력투구할 수 없게 됐다.

정씨는 "아무래도 일이 많은 핵심 부서에서 근무를 해야 하는데, 기회가 와도 아이들 때문에 매번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한 달에 한 번 이상은 회식에 참석하기도 힘들어 사회적 네트워킹(관계 형성)도 힘들다"고 말했다.

“엄마, 회사 가지 마…” 이른 아침 잠이 덜 깬 어린 두 딸을 어린이집에 맡겨 놓고 출근을 서두르는 엄마는 속이 탄다. 매일 아침 아이들은 “엄마, 회사 가지 마”라며 눈물을 쏟는다. 믿고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안절부절 못하는 부모도, 엄마·아빠 얼굴 보기도 힘든 아이에게도 힘겨운 나날이다. 경기도에 사는 직장인 엄마가 두 딸을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다. /이명원 기자 mwlee@chosun.com
정씨의 아내는 첫 애를 낳은 후 1년 만에 첫 직장에서 해고당했다. 첫 직장은 매일같이 야근이 반복되는 곳이었다. 정씨의 아내는 아이 때문에 저녁 7시에 퇴근하다 근무 평가에서 최하점을 받고 사실상 쫓겨난 것이다.

정씨의 아내는 IT회사에서 두 번째 일자리를 찾았다. 그는 또다시 야근을 못 해 직장을 잃고 싶지는 않았다. 아내의 이런 모습을 안쓰럽게 여긴 정씨가 아이들을 맡기로 했다. 고위 관료의 꿈은 접었다.

'육아대란(大亂)'이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아이 키우는 부모들의 시름과 고통은 더 깊어지고 있다. 육아문제가 저출산과 저조한 여성 취업률의 결정적 원인이 된 지 오래지만 여전히 달라진 것이 없다. 우리나라 1700만 가구 중 맞벌이 가구는 600만 가구(35.5%)에 달한다.

육아의 고통들

교사 유지영(30·
경기도 구리)씨는 큰딸은 경북 경산의 시댁에, 둘째아들은 경기도 구리 친정에 맡겨 두고 있다. 친정은 차로 30분 거리에 있어 아들은 매주 집에 데려올 수가 있지만 딸은 한 달에 한 번 보기도 힘들다. 칠순 시어머니가 구리까지 아이를 데려오기가 쉽지 않고, 그렇다고 유씨 부부가 매주 내려갈 여건이 못된다.

일반 회사에 다니는 유씨 남편은 야근이나 주말 근무가 잦다. 그러니 가족이 모두 모이는 건 한두 달에 한 번뿐이다. 유씨는 "같이 자라야 남매간 정도 깊어질 텐데 한 번 모이면 서로 엄마를 차지하겠다고 지독하게 다툰다"면서 "아들 손만 잡아도 딸아이는 금세 울음을 터뜨리며 달려든다"고 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스냅샷으로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조선닷컴

유씨는 매년 '올해는 남매를 데려와야겠다'고 마음먹지만 실천이 안 된다고 했다. "명색이 아이들 가르치는 교사인데 '정작 우리 아들·딸은 어떻게 되는 건가'자책할 때도 많지만 답이 안 나와요. 금전적 부담도 그렇고, 믿고 맡길 만한 데도 마땅치 않고…."

홍보업계에 종사하는 신정원(36)씨는 1년에 한두 번은 두 아들(2세, 4세)을 데리고 출근해야 했다. 아이 맡길 사람을 구하지 못한 탓이다. "경기도 용인 집에서 광화문 직장까지 두 시간 길이에요. 애들은 울고…. 제가 고객사 미팅에 들어가면 동료 직원들이 과자 사주며 달랬죠."

신씨는 아파트단지 내 어린이집을 찾았다가 몇 번이나 그냥 돌아섰다. 갓난아기 서너 명이 방 한구석에 누워 있는데, 어린 아기를 돌보는 보육교사는 한 명뿐이었다. "말도 못 하는 아기한테 제대로 한 번 눈길이라도 줄지…. 하루 종일 천장만 바라보며 누워 있을 걸 생각하니 도저히 못 맡기겠더라고요." 입주 도우미 구하기도 쉽지 않았다. 베이비시터 십수명을 수소문했지만 "아들 둘은 힘들어서 못 본다"며 아예 면접에 응하지도 않았다.

30대 초반 여성 취업률 최저

본격적인 출산, 육아기에 접어든 30대 초반 여성들이 대거 직장을 포기하면서 한국 여성의 취업률은 20대 후반 최고(65.6%)에 달했다가 30대 초반 최저(50.1%) 수준으로 급감한다. 40대 초반부터는 서서히 회복해 전형적인 'M'자 곡선이 나타나는데 20대 후반부터 50대 초반까지 꾸준히 취업률 65% 정도를 유지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과는 대조적이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전기택 통계센터장은 "한창 일할 30대 초반에 경력이 한 번 단절되면 이후에도 재취업은 쉽지 않다"며 "결국 육아문제 해결 없이는 우수한 여성 노동력 확보는 어렵다"고 말했다.

"왜, 육아 때문에 직장을 그만두는 거죠?" 

"곽아람 기자 arau@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여자에게 일이란 무엇인가

레슬리 베네츠 지음|고현숙 옮김
웅진윙스|316쪽|1만3000원

"전업주부를 택하는 많은 여성이 직장을 다닐 경우 자녀에게 미칠 영향을 걱정한다. 그러나 진짜 무서운 일은 돈을 벌 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남편이 죽거나 떠나거나 실직하는 것이다."(104쪽)

여성운동이 한창이던 1960~70년대에 10대와 20대를 보낸 저자는 고학력·고연봉 미국 X세대 여성들의 전업주부 선호 현상을 우려한다. 뉴욕타임스 기자 출신인 그는 각계각층의 기혼 여성들을 인터뷰한 사례를 바탕으로 여성이 경제력을 가지는 것의 중요성을 설파한다.

저자는 "일을 그만두는 많은 여성들이 육아를 이유로 삼는데, 아이가 그렇게 소중하다면 왜 자녀부양이라는 중요한 책무는 남편에게만 지우는지 모르겠다"고 꼬집는다. 그는 "아이가 엄마 품을 떠난 이후엔 과연 무엇을 하고 살지를 육아 때문에 직장을 그만두려는 여성들은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한다.

일이 힘들 때마다 '다 때려치우고 시집이나 갈까'라고 생각하는 미혼 여성들에게는 경종을 울리고, 늘 아이 눈치를 보는 '직장맘'들에겐 용기를 주는 책이지만, 전업주부들에겐 그다지 환영받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2007년 미국 출간 당시 '전업주부 대(對) 직장 여성' 논쟁을 불러일으키며 베스트셀러가 됐다. 원제 'The Feminine Mis take'.

 출처: 조선닷컴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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