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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다발, 베란다·침대에 넘치자 밭 사서 묻어

by joolychoi 2011. 4. 14.

 

 

 

 
돈다발, 베란다·침대에 넘치자 밭 사서 묻어 
 
김제=김창곤 기자 cgim@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입력 : 2011.04.12 03:01 / 수정 : 2011.04.12 03:30

마늘 밭에서 나온 도박 사이트 수익금 110억
큰 처남에게서 10억씩 10여차례 받아… 김치통에 2억~3억, 실리콘통에 3억~6억씩
나무를 좌표 삼아 현금 묻어

전북 김제의 마늘밭에 파묻어놓았던 인터넷 불법 도박사이트 수익금을 수사중인 경찰은 2009년 11월 불법 도박사이트를 적발했던 충남경찰청 사이버 수사대의 수사자료를 넘겨받아 이씨 부부와 서울 구치소에 수감중인 이씨의 둘째 처남을 상대로 사건 경위를 재조사하고 있다.

◆안방 침대까지 쌓였던 현금

경찰이 사흘간 압수한 도박 수익금은 모두 5만원권 다발로 이뤄졌다. 경찰이 현재 보관 중인 현금은 모두 22만1455장. 10㎏ 사과박스 크기의 압수 상자 8개의 분량이다.

이씨는 2009년 4월부터 그해 11월까지 큰처남(48)으로부터 한 번에 10억원 안팎씩 10여 차례 돈을 받았다. 큰처남에게 전화가 걸려오면 혼자 또는 부부가 함께 인천·부천까지 가서 돈을 받아 왔고, 처남이 보낸 사람이 찾아와 종이 상자나 비닐 백으로 싸인 돈뭉치를 놓고 가기도 했다고 한다.

이씨는 거액의 뭉칫돈을 풀지도 않고 비닐 포장에 씌워 처음엔 냉장고용 김치통에 넣었고 나중에는 부피가 큰 실리콘 원통에 돈을 넣었다고 한다. 김치통엔 2억~3억원, 실리콘 통엔 3억~6억원씩 넣었다. 이씨 부부는 이 돈을 처음엔 아파트 베란다 옆 다용도실의 통 안에 넣어두었으나 금액이 많아지면서 돈다발을 안방 침대에까지 쌓아놓았다고 한다. 그러나 돈이 너무 많아지면서 집안에 손님이 오면 불편해 수배중인 큰 처남과 상의해 밭으로 돈을 옮기게 됐다고 이씨는 진술했다. 이씨 부부는 작년 5월 김제 금구면 선암리의 밭을 매입해 이 돈을 파묻었다.

8개 박스 중 1개만 늘어놓아도 이 정도 - 11일 전북 김제 금구면의 이모(53)씨 밭에 묻혀 있던 현금다발 중 20억여원을 김제경찰서 수사관들이 펼쳐 보이고 있다. 경찰은 모두 합쳐 110억8000만원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김영근 기자 kyg21@chosun.com
◆24개 플라스틱통에 돈다발 나눠 묻어

동네 사람들은 이씨 부부를 농사를 좋아하는 건실한 도시민으로 알고 있었다. 주민들은 "부부가 밭을 산 뒤 새벽 일찍 돌아와 밤늦게까지 삽을 들고 일했으며, 밭 한편의 컨테이너 박스도 쉼터로만 알았다"고 말했다.

실제 이씨 부부는 밭 안쪽에 마늘과 파·상추를 심고, 가장자리에 소나무와 매실나무 등을 옮겨 심거나 자갈을 골라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 모든 게 나무를 좌표 삼아 현금을 묻고, 묻은 현금 통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다. 추가로 발견된 돈은 플라스틱통 24개로 나눠져 밭 가장자리에 묻혀 있었다. 경찰은 "낮에는 밭을 파고 새벽이나 밤에 현금을 묻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씨는 지난 10일 저녁 경찰이 굴착기를 동원해 밭을 파자, 그제서야 돈의 총액이 112억원쯤일 것이라고 실토하며 현금 통이 묻힌 위치를 종이에 상세히 그려 보였다고 한다.

이씨 부부는 밭에 파묻은 돈과 별도로 큰 처남에게 돈 관리비로 명절 등에 1억원, 5600만원 등 생활비를 받았고, 이씨 집 금고에서 압수된 돈 1억2500만원도 그 일부라고 진술했다.
 
전북 김제경찰서. 불법인터넷도박 자금으로 전북 김제시 금구면의 한 마늘밭에서
포크레인을 동원해 캔 110여억 현금다발.
모두 8개박스로 그중 한개만 개봉해 공개했다.
바닥에 깔려있는것만 20여억이다./김영근 기자 kyg21@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