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3년 된 '나주 미라' 다시 매장키로
박국희 기자 freshm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손톱·피부 등 보존상태 좋아 작년 발견 후 대학병원 맡겨
후손 "꿈에 조상 자꾸 보여"
30일 오전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장례식장 지하 1층 부검실에선 지난해 4월 전남 나주에서 발견된 '나주 미라'에 대한 검사가 진행됐다. 423년 전 미라지만 조금 전 잠에서 깬 듯 부스스한 머리카락 한올 한올이 살아있는 듯했다.
미라는 완산 이(李)씨 여성으로 문화 류(柳)씨 가문의 21대 며느리였다. 미라의 아들이 조선시대 인조(1595~1649) 때 충청도 수군절도사를 지낸 류지경이다. 미라는 지난해 류씨 문중의 나주 선산에서 이장(移葬)작업 도중 발견됐다. 후손 류효선(67)씨는 "두꺼운 회곽묘(灰槨墓)를 열자 손톱은 물론 눈동자까지 그대로인 미라가 나왔다"며 "피부를 눌러도 곧이어 올라올 정도로 탄력도 있었다"고 했다.
- ▲ 30일 오전 고려대 의료진이 내시경 등으로 지난해 4월 전남 나주에서 발견된 미라를 검사하고 있다. 손톱과 눈동자까지 그대로 보존된 이 미라는 후손들의 의견에 따라 장례식을 치른 뒤 다시 매장될 예정이다. /박국희 기자 freshman@chosun.com
당시 구로병원측이 "최근 4~5년간 발견된 미라 중 보존 상태가 가장 좋다"며 연구하고 싶다는 뜻을 전달하자 종친회가 병원에 맡겼다.
하지만 류씨 문중은 최근 미라를 다시 매장하기로 결정했다. 류재희(74)씨는 "꿈에 나타나는 소는 조상을 뜻한다는데 최근 암소가 꿈에 자주 보였다"며 "12대조 할머니를 자연 상태로 되돌리는 게 이치일 듯싶어 병원측에 미라를 돌려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영구기증받은 미라로 보고 각종 검사를 미뤘던 병원은 간단한 검사만 하고 미라를 후손에게 넘기기로 했고 이날 검사가 이뤄진 것이다. 문화 류(柳)씨 종친회 33대와 34대 후손 7명이 검사를 지켜보기 위해 모였다.
류씨가 "할머니 키가 좀 작아진 것 같은데요?"라고 묻자 김한겸 고대 병리과 교수는 "1년 정도 건조 과정을 거치면서 좀 더 마르긴 했다"고 대답했다. 내과와 병리과 등 10여명의 미라 연구진이 줄자로 미라의 키를 재니 150㎝였다.
검사는 내시경 검사와 조직 검사가 진행됐다. 내부 조직이 말라붙어 내시경이 들어가기 힘들었지만 심장이나 허파 모두 관찰할 수 있었다.
김 교수는 "기존 미라와 다른 신체적 특이점이 몇 가지 있다"고 후손들에게 설명했다. 질에서 태반(胎盤)이 나와 있고 탈장이 돼 있으며, 혀를 깨문 상태로 미라가 됐다는 것이다. 때문에 출산 과정에서 사망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류형선(63)씨는 "족보에 43세에 사망했다고 돼 있는 것을 보면 애를 낳을 수 있는 나이일 수도 있겠다"고 했다. 종친회에 따르면 미라는 1587년에 사망했다.
류씨 후손들은 "희귀한 사례여서 학술용으로 기증했었지만 조상이 저런 모습으로 계신다는 게 안타까워 매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류씨 문중은 검사 결과가 나오는 6월 중 나주 선산에서 423년 만에 장례식을 다시 치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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