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개 내 (Gaenea)
"해바라기" 이문주 시인방

가지고 싶은 여유로움 -/ 글 이 문 주

by joolychoi 2009. 9. 26.

 

 

가지고 싶은 여유로움

글/ 이 문 주

 

허탈해진 마음으로는 돌아 갈수가 없어

깊은 시름에 잠긴다

 

차 한 잔의 여유를 마시던 공간이 오늘따라 낯설다

멀리 들길 사이로 노을이 달리는 것을 보더니

뽀얀 먼지 일으키며 차가운 바람이 따라오고 있다

 

언제 왔는지

소리 없이 어둠이 창가에 내려앉을 동안

깊은 고요에 빠져 있어 느끼지도 못했다

언제부터 등대를 잃어버린

난파선이 된 마음에는 시린 가슴이 있다

 

얼핏 떠오르는 생각에 피식 웃어 보지만

이미 익숙해진 추억의 시간일 뿐 그리움이 없다

한참을 걸어가다

동행하는 이를 잃고 헤매는 마음이 서럽다

 

깊은 산중의 적막함과

스산하게 나뭇잎 부딪치는 소리

맑은 공기가 코끝에 와 닿는 느낌이 이렇게 신선한데

막힌 가슴을 시원하게 뚫어주지 못 한다

 

누구라도 라도 붙잡고 동행하고 싶은 밤

고요한 산사의 풍경소리만큼이나

마음속에는 쉼 없는 소리가 들리고 있다

겨울은 땅을 얼어붙게 한 것이 아니라 마음을 얼게 한다

 

끝을 장식하는 휘날레의 팡파레는 기대하지 않아도

기억 속에 남길만한

아름다운 시간이라도 만들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