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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모음

고흐의 편지 -친애하는 친구 고갱에게(1890년)

by joolychoi 2008. 10. 28.


친애하는 친구 고갱에게....



또 다시 편지를 보내 준 것에 감사하고
아울러 내가 이곳에 온 이후로 매일 자네 생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 주고 싶네.
지난 번 파리에서는 사흘만 머물렀네.
파리의 소란스러움 등이 나를 혼란스럽게 했기 때문에
머리를 식히기 위해 서둘러 시골로 떠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한 것이지.
하지만 자네에게는 들렀어야 했는데…

그리고 내가 자네의 스케치를 바탕으로 충실하게 그린
<아를의 여인>
초상을 보고 마음에 들어 한다는 소식을 듣고 무척이나 반가웠다네.
나는 종교적일 정도로 자네의 스케치에 충실했다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색채라는 매개를 통하여 중간 색조와 스케치 스타일을 자유롭게 해석해 보려고 했네.
자네가 내 그림을 좋아했다면 그것은 우리가 함께 수개월 동안
작업하면서 아를 사람들의 드문 특성을 합성해 낼 수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네.
나는 그 작업으로 인해 한 달 동안이나 병을 앓았다네.
그러나 자네는 그림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일세.
그리고 우리처럼 그 그림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은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일세.

이곳에 있는 닥터 가셰라는 사람은 한두번 머뭇거리더니 모든 것을 수긍하면서
"단순해진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라고 말하더군.
사물을 강조하기 위해서 에칭 작업을 하려고 한다네.
그리고 나서는 더 이상 아무 것도 손대지 않겠네.
그 방법은 누구나 원하기만 하면 할 수가 있는 방법이네.
자네도 올리브 나무를 보았겠지?
지금 나는 닥터 가셰의 초상화 한 점을 그렸는데
그 그림에서 우리 시대의 좌절감을 표현하고자 했다네.

자네가 그린 <올리브 정원의 예수 그리스도>에서 의도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나는 자네의 그러한 느낌을 완벽하게 포착하더군.
최근까지도 나는 별과 실편백나무를 그렸다네.
광체 없는 달이 떠 있는 밤하늘,
대지에 드리워진 어두운 그림자 위로 겨우 얼굴을 내민 가느다란 초생달, 유난히 광채를 발하는 별 하나,
자네가 좋아할 지는 모르겠지만 짙은 바다빛 하늘에서 빠르게 움직이며 떠 있는 구름은
부드러운 붉은 빛과 초록빛을 발하고 있다네.
길에는 백마 한 마리가 노란 수레를 끌며 길을 재촉하고
두 사람이 뒤늦은 산책을 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네.
매우 낭만적이면서도 무척이나 프로방스적인 풍경이라네.
어쩌면 이 풍경과 다른 풍경 그리고 소재들,
프로방스 지역에 대한 회상을 에칭으로 새겨 둘 지도 모르겠네.
그리고 나서 내가 공들여 습작했던 모든 것을 정리해서
자네에게 보여 줄 생각이네.

내 동생의 말에 따르면 몽티셀리 다음으로 석판화를 제작했던 로제도
문제의 그 <아를 주민>의 두상을 좋아했다하더군.
자네가 파리에 도착해서 조금은 어리둥절해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네.

나는 아직 자네의 그림을 보지 못했으니
며칠 이내로 내게 보내 주기 바라네.

자네가 하얀과 함께 브레타뉴로 돌아갈 것이라는 소식을 듣고 무척 반가웠네.
자네가 허락한다면 한 달 동안 나도 그곳에 가서 바다 풍경 한 두점 그리고 싶고
무엇보다도 자네를 다시 만나고 하얀과도 친해지고 싶다네.
그리고 우리가 함께 그곳에서 작업을 계속할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해 볼 수 있을 것일세.
나는 밀밭을 그려 보려고 애를 쓰고 있지만 제대로 스케치할 수가 없다네.
겨우 청록색 줄기, 리본처럼 가느다란 잎사귀, 먼지로 인해 꽃망울이 생기를 잃고 노란색으로 변해 가고 있는 밀이삭을 그렸네.
밀밭 그림을 그린 다음에는 인물화 몇 점을 그려 보고 싶은데
배경은 무척 생생하면서도 침착한 느낌을 주어야 할 것일세.
산들바람 속에서 잔잔하게 흔들리는 이삭을 연상시켜 주며 전체를 같은 초록색조로 채색한다는 것인데
그 작업은 결코 수월하지 않을 것일세.

1890년에 쓰여진 편지 ( 두 가지 버젼이 있는데...처음 것은 썼다가 부치지않은 것)

Dr. Gachet의 초상 -Vincent w. Gogh 고흐의 마지막 작품. 고흐의 손을 떠난 후 13번 주인이 바뀌며 6개국을 거친 이 그림의 긴 여정은 현대 미술사 그 자체라네요. 자신을 치료했던 의사 가셰를 자신보다 더 심한 우울증과 신경쇠약에 걸린 사람으로 생각했다고... 그림 속 가셰 박사는 무거워 보이는 머리를 한 팔로 힘겹게 지탱하고, 초점 없는 희미한 눈으로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는 생기 없는 지친 모습이다. “나는 그의 그림을 볼 때면 언제나 거기서 새로운 믿음, 인생의 새로운 의미를 발견했었지요. 그는 거상(巨像)이었고, 위대한 화가, 위대한 철학자였습니다. 그는 예술을 향한 사랑 앞에 순교한 것입니다.” -가셰 박사가 고흐의 마지막을 두고 한 말. Portrait of Dr. Gachet (2nd version) Vincent van Gogh 1890 Oil on canvas 67 × 56 cm, 23.4 × 22.0 inches Paris

           출 처 : 언제나  blog.chosun.com/eggbad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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